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국회법 개정안이 어제 정부로 이송됐다. 야당이 의원총회에서 진통 끝에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한 결과다.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가 ‘수정ㆍ변경 요청’으로 살짝 바뀐 것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과 다르다.
이로써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은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달리게 됐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등 유보적 반응에 머물고 있다.
정 의장의 적극적 중재로 이뤄진 개정안의 손질로 이른바 ‘강제성’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상당 부분 덜어졌다고 볼 만하다. 당장 ‘요구’와 ‘요청’의 어감 차이가 큰 것은 물론이고, ‘정의화 중재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개정안이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청에 정부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여야의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공감대는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오해’일 뿐 강제성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과 함께 국회의 강압적 수정ㆍ변경 요구를 막을 실질적 완충장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표와 함께 “강제성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던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가 스스로 ‘정쟁의 마무리’를 거론하며 중재안 수용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단순한 글자 한 자의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고 중재안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비롯한 정부 반발을 완전히 해소할 수준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직후 “정부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숙고하고 협의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앴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사실상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헌 논란의 불씨는 거의 그대로 남았다. 따라서 힘겹게 이뤄진 중재안에 대해 정부, 특히 청와대의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국회가 공 들인 중재안을 걷어차서는 안 된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 의장의 장담은 거부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요청과도 다름없다. 또한 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야당까지도 나름대로 정치적 양보를 한 만큼 청와대도 이에 화답해 국회와의 정면 충돌을 피해야 한다. 야당이 막바지 중재안 수용에 앞서 ‘그러고도 거부권 행사를 피하지 못할 경우’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는 점도 감안해 마땅하다.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중재안 수용을 결단한 야당에 차갑게 등을 돌리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위헌 소지는 개정법 시행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빚어질 때 얼마든지 다툴 수 있지 않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