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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사는 사각지대

입력
2015.06.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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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도와 병원 수시 동행

방문 기록조차 제대로 안 남아

외국인 의사소통 불편 검사 실랑이도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A씨는 지난 10일 청각장애인 김모(60)씨의 요청으로 서울 종로구 한 대형병원을 찾았다. 김씨가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증세를 호소하자 병원 측은 즉시 김씨를 격리실로 옮겨 전화 문진을 했다. 물론 통역을 맡은 A씨도 30분간 꼼짝없이 격리실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문진이 끝난 뒤 A씨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3일 동안 스스로 격리조치를 취했고, 김씨가 음성판정을 받은 후에야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의 필수 도우미인 수화통역사들이 ‘메르스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25개 수화통역센터 소속 수화통역사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청각장애인의 병원 동행. 청각장애인이 접수와 진찰, 수납 등 번거로운 절차를 혼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은 28만여명이지만 수화통역사는 1,513명에 그쳐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을 오갈 수밖에 없다. 근접 거리에서 문진을 통역하는 일도 수화통역사 몫이다.

하지만 환자도, 의료진도 아닌 통역사는 병원방문 사실조차 기록에 남지 않아 방역장비를 제공받기는커녕 사후대책에서도 빠지기 일쑤다.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간 서울 메디힐병원에서 지난 4일 통역을 한 수화통역사 김모(24)씨도 보건소가 15일 발표한 자가격리 대상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함께 간 청각장애인 환자가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김씨가 자진신고한 뒤에야 보건당국은 그를 격리 대상에 올렸다. 서울 종로구 수화통역센터 정원갑 과장은 “무방비 상태에 놓인 수화통역사를 위해 원격통역이 가능한 영상전화를 메르스 거점병원에 설치해 수화통역사의 감염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불편에 따른 메르스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공항검역소는 13일 오전 2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동국가 국적의 유학생 A(29)씨가 고열 증상을 보이자 의심환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A씨는 인천의 한 집중치료기관에서 검체 체취를 하려는 의료진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무려 10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결국 한국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이 도착하고 나서야 검사에 응했고, 다행히 1차 검진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그는 현재 2차 검진을 앞두고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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