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내 특이 유전자 찾기 위해
최소 35~40회 이상 복제 필요
증상 미약하면 감지 더 어려워
관련 연구도 거의 백지상태 불과
"진단시약도 공식허가 없이 급조"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뒤 발열 증상이 나타난 30대 남성은 지난 6일 이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사를 5회 받았는데 연속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6회째엔 양성으로 바뀌었고, 다시 2차례 음성을 거쳐 14일 9번째 검사에서 최종 양성 확진자가 됐다. 이처럼 메르스 판별이 오락가락해 검사 정확도를 둘러싸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숙련된 인력 투입이나 반복 검사 외에 정확도를 확 끌어올릴 뾰족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특별한 메르스 진단법이 없는 탓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사용하는 메르스 진단법은 일반적인 바이러스 질병의 진단 과정과 유사하다. 수많은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유전자를 감별해내는 방식이다. 먼저 의심자의 폐나 목구멍, 코에서 가래나 콧물 같은 호흡기 가검물(검체)을 채취한 다음 핵산(유전자를 구성하는 화학물질) 성분을 추출한다. 환자가 실제로 감염됐다면 핵산 중에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다. 세균이 대개 1~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인데 바이러스는 0.05~0.1㎛ 수준이다. 그 만큼 유전물질도 극 미량이라,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보통 핵산에 진단시약을 처리하는데, 시약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중 하나인 프라이머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를 찾아내 달라 붙으면 또 다른 화학물질인 효소가 이를 인지해 해당 유전자를 2개로 복제한다.
그런데 유전자가 워낙 적어 1회 복제만으로는 검사기기가 감지를 못한다. 적어도 35~40회 복제해 유전자의 양을 2의 40거듭제곱 만큼 늘려야 한다(증폭). 이 정도는 돼야 기기가 바이러스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신호를 내보낼 수 있다. 검체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없다면 유전자 증폭이 아예 이뤄지지 않아 기기에선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메르스 바이러스 특이 유전자는 3가지가 알려져 있으나, 이 중 2가지만 검사에 쓰인다. 2가지가 모두 존재한다는 신호가 나오면 양성, 모두 나오지 않으면 음성으로 판정한다. 문제는 둘 중 한 가지 신호만 나오는 경우다. 이 때는 진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인지, 다른 미생물의 유사한 유전자인지 알 수 없어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
검체의 ‘질’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라진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충분히 들어 있는 검체라면 판정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 양이 유독 적은 검체에선 증폭해도 특이 유전자 신호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검사 결과가 음성과 양성을 반복하며 헷갈리게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 건 이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감염 초기나 폐와 멀리 떨어진 부위에서 채취한 검체에는 바이러스가 적게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르스 검사용 진단시약이 임상시험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허가 없이 급히 제조돼 모호한 검사 결과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결과가 오락가락할수록 최종 확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치료가 지연돼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현재로선 감염 여부가 불확실할 땐 “검사를 여러 번 반복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연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양성 판정은 특이 유전자 신호의 패턴이나 세기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또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