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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문재인 대표, 때아닌 농사꾼 변신 이유는?

입력
2015.06.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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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가뭄피해가 극심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를 고랭지 농가를 찾아 마을 이장과 배추 모종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가뭄피해가 극심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를 고랭지 농가를 찾아 마을 이장과 배추 모종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여름 농활’을 위해 강원도 평창 배추밭을 찾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 현장이나 감염 환자들 치료 현장을 다니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배추밭을 찾는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이날 문 대표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고랭지 채소(배추)밭에서 2시간 가까이 밀짚모자를 쓴 채 농부가 작은 구멍 안에 물을 넣어주면 그 구멍 안에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문 대표의 여름 농활 이유를 물었더니 당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온 국민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사실 메르스 못지 않게 올 여름 가뭄에 대한 걱정들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가뭄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고 농민들의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한 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문 대표의 여름 농활 일정을 짜는데 당 대표실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메르스 정국에서 메르스 아닌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대표 등이 메르스 정국을 ‘잘’ 활용한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메르스가 아닌 다른 주제로 반나절 이상의 일정을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렇듯 문 대표의 여름 농활에도 나름의 정치적 계산은 담겨 있습니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메르스 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고 정부도 뒤늦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며 “그러나 여름 가뭄 실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국민들 특히 농부들의 고통은 상당한데도 이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처와 무능한 대응에 대해서 충분히 비판, 지적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이슈로 정부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입니다. 정부의 정보 공개 반대를 무릅쓰고 메르스 환자 정보 등을 공유해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지지율 상승 효과까지 거둔 박원순 시장이나 국밥집 기습 방문 등 메르스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심 투어’를 강행하며 통 큰 이미지를 부각시킨 김무성 대표에 비해 메르스 이슈에 있어서 선명성이 두드러지지 못한 부분을 ‘가뭄’이라는 또 다른 이슈로 옮겨 선점해 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최근 한달 넘게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현재 수도권과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비상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는 38년과 124년 주기로 대 가뭄이 나타났는데, 올해는 두 주기가 겹치는 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지난해에 가뭄이 심했고 올해도 이렇게 가뭄이 심해지면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서울시 생활용수 공급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이 내년에도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가뭄피해가 극심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를 고랭지 농가를 찾아 배추 모종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가뭄피해가 극심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를 고랭지 농가를 찾아 배추 모종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표는 이날 “지구온난화나 기상이변 때문에 매해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도 필요한 것 같다”며 “그렇게 생각하면 그 동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홍수피해, 가뭄 예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4대강에 많은 돈을 퍼부은 것은 아주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문 대표는 또 “강원 일부 지역에서 제한 급수까지 시작된 상황이고 농업용수가 아주 부족해서 파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정말 심각한 것 같다”며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둘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만큼 중앙정부도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소속 최문순 강원도 지사에 대해서는 격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문 대표는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서도 강원도는 최 지사님을 중심으로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돼 아주 잘 대응을 하는 것 같다”며 “중앙정부에 지원 요청 한 특별교부세 30억원이 빨리 처리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 같고 저희 새정치연합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튿날인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 대표는 가뭄을 이슈화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보름 동안 가뭄이 계속되면 올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한다. 그건 농민의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소양강댐의 고갈이 수도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중부권 전체에 걸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문득 문 대표의 농사 실력이 궁금해졌습니다. 한 당직자는 “묵묵히 정말 묵묵히 일을 했다”며 “빈틈없이 모종을 심는 것이 딱 ‘꼼꼼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왕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하겠다는 대표의 ‘일 욕심’이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손학규 전 대표의 ‘일 욕심’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는 “손 대표님 시절에 연탄 나르기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젊은 사람이 한 번에 연탄 6장을 나르는 것을 보고 기어이 본인도 6장을 나르겠다며 의욕을 보이셨다”며 “시늉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고 그날 젊은 참가자들도 손 대표 눈치 보면서 엄청 힘들게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문 대표가 내일(16일) 또 다른 여름 농활을 떠납니다. 목적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마을 전체가 격리된 전북 순창의 한 마을입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밖으로 못 나오다 보니 농작물, 특히 오디 수확이 완전 엉망이 상태”라며 “당 차원에서 일손을 돕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추 모종 심기에 이어 오디 따기까지 여름 농사꾼으로 변신한 문재인 대표의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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