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연금 혜택받으면서
경제활동으로 추가 수입 챙겨
외식·여행 등 여유로운 삶 누려
미국의 은퇴세대가 잘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인이 장기 불황 속에 정리해고 임금동결 주택가격 폭락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해졌지만 65~74세 노년층만은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퇴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어나 베이비부머를 이끈 연령대로 약 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사회보장과 연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근로연령이 늘어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추가 수입도 거두고 있어, 과거세대나 젊은 세대 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라큐스대 경제학자 게리 엥겔하르트는 “이들은 훌륭한 경제 환경의 축복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이들은 젊은 시절 전후 고도 경제성장의 파도 위에 올라 탔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은 분명히 스위트 스폿에 해당하는 세대”라고 덧붙였다.
과거 노인들은 대체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난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노인들은 전통적 연금 체계와 노인을 위한 정부의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는 마지막 세대로 꼽힌다. 또 미국 부동산 가격은 경기 침체기 전까지 장기적으로 올랐다. 이런 기회를 잘 살리면서 중산층 중 노인세대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65~74세 연령대의 미국인들은 1989년 대비 2013년 가계 소비가 18%나 늘었다. 반면 다른 연령대는 이 기간 동안 가계 지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가계 지출의 57% 이상을 오락 집 차 알코올음료 등 삶을 즐기는 데 필요한 부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런 행운의 세대에 속한 모네타 베리힐(72)의 은퇴 후 삶을 소개했다. 그는 친구들과 외식을 하고 컨트리뮤직 콘서트에 가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올해 휴가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주를 볼 겸 샌디에이고를 방문하기로 했지만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예약하는 사치도 부렸다.
베리힐은 젊은 시절 은행 두 곳에서 고객서비스 담당자로 일하고 66세에 은퇴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젊은 시절 그는 결코 부자가 아니었다. 남편은 7년 전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은퇴를 하자 오히려 안락한 삶이 찾아 왔다. 그는 “지금은 삶을 즐기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무엇보다 요즘 노인들은 정규직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NYT에 따르면 1990년대 말 미국인 5명 중 1명만 60대까지 일을 했다면 최근에는 3명 중 1명이 60대까지 일을 한다.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다 2009년 은퇴한 찰스 코즐로프스키(73)씨도 2년 뒤 다시 스쿨버스 운전기사로 일을 재개했다가 최근에야 일을 그만뒀다. 또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여성 노인 인구의 가계 수입 기여도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국가에서나 아직까지 사회보장이 노인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미국 연방 정부에 따르면 기혼자의 52%, 미혼자의 74%가 사회보장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총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고 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자 케슬린 맥게리는 “노인들이 삶의 여유를 누리는 기본은 바로 사회보장”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