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펼쳐진 이른바 금호가(家) ‘형제의 난’에서 법원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해 친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무효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김상동)는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열어 박삼구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지분율 30.08%) 등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난의 원인이 됐던 대우건설 인수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2대 주주인 금호석화(지분율 12.61%)는 지난 4월 “주총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박 회장 선임 결과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금호석화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이 주총 당시 출석한 주주와 주식 수를 확인하지 않았고,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주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무시하는 등 주총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으므로 박 회장 선임 결의는 부존재(무효)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은 주총 당일 주주확인표를 교부하는 등 출석 주식과 주주 수를 집계하고 위임장을 확인했으며 의사진행 발언 제한은 주총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권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2010년 ‘형제의 난’이라고 불리는 갈등이 터진 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결별 수순을 밟아왔다. 당시 두 형제의 갈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박삼구 회장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나서자 박찬구 회장이 형의 경영 스타일에 반대했지만 묵살 당하는 등 그룹 경영을 놓고 이견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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