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시장 선거 지지 호소' 내용
법원, 선거브로커 판결문에 명시
지난해 불기소 사건 다시 도마에
검찰, 조만간 재수사 여부 결정
법원이 지난해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장현 광주시장 만들기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만들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선거브로커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윤 시장이 선대위 임원들과의 모임에 참석해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혀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브로커와 공모 의혹을 샀던 윤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내용인 데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판단을 한 것이어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5일 법원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홍진표)는 지난 12일 윤 시장의 당선을 위해 유사단체를 만들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67)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사기죄와 관련해서는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유권자단체인 광주ㆍ전남유권자연합 대표인 이씨는 2013년 12월 말 회원들을 동원해 윤 시장(당시 안과병원장)을 위한 선대위를 만들고 조직적인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나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씨는 선대위의 성격에 대해 “2013년 12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위한 모임”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선대위는 윤 시장을 위한 모임”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재판부가 이씨의 공직선거법 유죄를 논하면서 판결문에 윤 시장이 선대위 임원들에게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실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13년 12월 31일 전남 담양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윤 시장과 선대위 임원들과의 일문일답 모임에서 이씨와 선대위 임원들은 윤 시장에게 시장 선거 출마 여부 및 향후 선거 전략 등에 대한 질문을 했고, 이 자리에서 윤 시장은 광주시장에 출마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윤 시장이 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광주ㆍ전남유권자연합의 고문이었던 윤 시장은 이씨와 함께 회원 등으로 선대위를 만든 뒤 지인 등을 상대로 지지활동을 벌인 혐의로 지난해 5월 말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윤 시장이 선대위 임원들과의 일문일답 모임에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는 검찰이 윤 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옭아맬 중요한 단서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검찰은 일문일답 모임에 참석했던 일부 선대위 임원들로부터 윤 시장의 지지호소 발언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부인하는 윤 시장과의 대질조사도 하지 않는 등 더 이상 파고 들지는 못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씨만 구속 기소하고 윤 시장에 대해서는 “이씨와 공모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윤 시장의 해명만 들어주는 선에서 수사를 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선대위 임원들을 직접 신문해 “윤 시장이 선대위 임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증언을 받아냈다. 이처럼 재판부가 윤 시장의 지지호소 발언을 사실로 인정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검찰의 재수사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법의 한 판사는 “윤 시장의 지지호소 발언과 관련한 판결문 내용을 보면 일단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인정하는 부분으로 보이는 만큼 검찰이 이를 다시 확인해 볼만 하다”며 “만약 ‘윤 시장의 지지호소 발언이 있었다’는 증인의 법정 진술이 거짓으로 확인되면 공판 검사가 해당 증인을 위증죄나 무고죄의 가해자로 인지해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결문을 분석한 뒤 조만간 재수사 및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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