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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연속 동아시아 냉전 재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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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연속 동아시아 냉전 재해석해야

입력
2015.06.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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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갈등 성격의 서구 냉전과 달리 제3세계선 전쟁과 파장에 주목해야

새로운 동아시아 냉전사 연구 위해 정근식 서울대 교수, 학회 창립 나서

정근식 교수는 12일 인터뷰에서 “유럽의 냉전은 패권경쟁이 중심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중국내전에서 한국내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지는 국지전쟁과 그 영향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식 교수는 12일 인터뷰에서 “유럽의 냉전은 패권경쟁이 중심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중국내전에서 한국내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지는 국지전쟁과 그 영향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냉전이 ‘긴 평화’로 불리는 반면 제3세계에서는 동서냉전과 탈식민(남북대립)이 겹치면서 열전, 내전 및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분단’은 냉전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또한 부단한 과정으로서 여전히 해당 지역의 정치, 경제, 군사 영역은 물론 일상의 삶 깊숙이 내재화되어 있다.”

정근식(53)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준비위원장을 맡은 한국냉전학회는 25일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창립총회를 겸해 여는 학술회의를 알리며 이렇게 밝혔다.

‘냉전(冷戰)’의 사전적인 의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 진영과 미국과 영국이 앞장 선 자본주의 진영 간의 정치ㆍ외교ㆍ이념 갈등’이다. ‘전쟁’이긴 하지만 서로 칼과 총을 겨누기 보단 이념적 갈등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서구의 역사 배경 하에 만들어진 개념인 만큼 제3세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냉전’은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정 교수가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1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소련이 해체된 1990년 이후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그리고 중국 내부 자료가 하나 둘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냉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며 “그러나 이후 20여년 흘렀음에도 냉전 연구는 당시 유럽중심적인 관점에서 한 발 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럽의 냉전은 패권경쟁을 중심으로 개념화 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중국내전에서 한국내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지는 국지적 연속전쟁과 그로 인한 영향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억압과 인권 탄압으로 얼룩졌던 1960, 70년대 국내 및 동아시아 상황을 단순히 유럽의 냉전과 같은 개념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동아시아 냉전 연구가 이념적, 지역적, 민족적 분단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야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는 서로 물고 물리는 연속전쟁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의 전쟁이 또 다른 지역의 부흥을 불러오는 등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았다”며 “이것이 동아시아 냉전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런 각각의 관계와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냉전학회에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를 모았다. 학회란 통상 하나의 분과학문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달리 한국사는 물론 서양사, 중국사 연구자들과 정치 외교 사회 인류 문화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망라했다. 정 교수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측면으로 동아시아 냉전을 연구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연구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세 번에 걸쳐 토론회도 열었다. 먼저 한국처럼 냉전의 영향으로 분단을 경험했던 독일의 냉전 연구 학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당시 상황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국내와 달랐는가를 비교했다. 지난 2, 4월에는 동아시아의 냉전을 연구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시각들이 필요한가를 알아보려고 인문학, 지리학, 역사학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였다.

‘냉전과 동아시아 분단체제’를 주제로 한 이번 창립 기념 학술회의에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베트남과 중국의 전쟁, 한국문학비평에 나타나는 냉전의 모습 등 동아시아 분단의 여러 풍경들을 살펴본다. 동아시아 분단을 구조적으로 해명하는 이삼성 한림대 교수의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전후 동아시아 질서의 개념적 재구성과 ‘냉전’’ 발표도 눈길이 간다.

정 교수는 “서구중심적인 냉전사와 비교하면‘예외’적인 냉전사라 할 수 있는 한국과 동아시아 냉전에 대한 역사적 재해석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이번 학회 연구가 세계 냉전사 연구의 일부로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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