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오른손 타자 최초의 2,000안타 대기록에는 불혹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있다.
우리나이로 마흔이 된 홍성흔(39ㆍ두산)은 지난 14일 잠실 NC전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를 때리며 개인 통산 2,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전날까지 1,998안타를 때린 그는 3회 3루 방면 내야 안타를 달렸고 7회 상대 오른손 불펜 최금강의 낮은 직구를 밀어쳐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빠지는 2루타를 폭발했다. 이로써 홍성흔은 2007년 양준혁(전 삼성) 2008년 전준호(전 우리) 2012년 장성호(전 한화ㆍ현 kt) 2014년 이병규(LGㆍ9번)에 이어 2,000안타를 쌓은 5번째 야수가 됐다. 우타자로는 최초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9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은 그해 4월30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날렸다. 이후 타격은 물론 포수로도 재능을 인정받았고, 첫해 91안타 16홈런 63타점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홍성흔은 작년까지 99년과 2003년, 2007년을 제외한 13시즌에서 모두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04시즌에는 165개의 안타로 KBO리그 최다 안타상을 수상했다. 타격에 완전히 눈을 뜬 전성기였다. 그는 2004년 타율 3위(0.329)을 시작으로 2008년(0.331) 2009년(0.371) 2010년(0.305) 등 세 차례나 타율 2위에 올랐다.
어느덧 팀 막내보다 스무 살 많은 최고참이지만, 그는 올해도 변함없이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는 2,000안타를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매 타석 간절하게 공을 쳤고,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가장 꾸준한 오른손 타자'라는 타이틀도 달 수 있었다. 그는 지난 12일 NC전에서도 3-2로 앞선 5회 1사 만루에서 3루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타점을 올렸다.
홍성흔은 시즌 초 이 같은 슬라이딩에 대해 "통상적으로 1루에서는 슬라이딩을 안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한다. 나 역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뛰어가다 보면 저절로 몸을 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슬라이딩 하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아진다. 후배들이 '선배님, 몸 좀 아끼세요'라고 놀리기도 하고, 애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다"며 "난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불어 넣는 게 일이다. 가슴이 다 쓸려도 언제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2,000안타 고지에 오른 뒤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홍성흔은 "나는 이승엽(삼성)이나 이대호(소프트뱅크)처럼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 파이팅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고, 더그아웃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영원한 캡틴' 홍성흔의 2,000안타는 그의 엄청난 열정의 산물이다.
사진=두산 홍성흔(왼쪽).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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