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64) 대한야구협회장은 지난 5월12일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협회 돈을 자기 돈처럼 빼 먹는 패거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한 달이 지난 12일 대한야구협회는 소리소문 없이 2명의 상임 이사를 보직 해임했다.
윤정현 전무이사와 박철호 홍보이사를 6월1일자로 소급 해임하면서 밝힌 사유는 “전무이사와 협회 홍보 임원으로서 당 협회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할 막중한 책임자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품위 손상과 협회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었다. 협회가 주장한 윤 전무의 구체적 해임 사유는 총 4가지다. 대한체육회 감사 처분 요구사항에 대한 책임과 이사회 결의 사항 위반(2015년도 시도지부 산하연맹 지원금 1억9,200만원 임의집행에 대한 책임), 그리고 업무상 횡령 및 배임 건의 피소 사건 유발에 대한 책임과 직원(나진균 전 사무국장) 간의 폭행ㆍ피소 사건 유발에 대한 책임 등이다. 박철호 홍보이사의 해임 사유는 대한체육회 특정감사 건에 대한 허위보도자료 유포 및 언론기사화로 인한 협회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과 협회 고소사건 개입 등 2가지다.
지난 3월 진행된 대한체육회의 협회 감사 결과는 모두 시정 명령이었다. 시정은 말 그대로 ‘앞으로 잘 하라’는 뜻이다. 불법 사실이 드러났다면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역시 일단 각하 판결을 받아 현재로선 실체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그럼에도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처럼 보직 해임의 사유에 갖다 붙이고 있을뿐더러 이제는 단순히 피소 유발로 책임을 확대하고 있다. 박철호 이사의 경우 ‘사표를 내면 보직해임 절차는 밟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회유와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허위’라고 한 4월1일자 보도자료는 나 전 국장 고소 세부 내용과 체육회 감사 결과로 있는 그대로의 팩트만 나열해 놓은 것이다.
하물며 입시비리 의혹으로 번진 언론 보도에 대해서 협회가 먼저 나서서라도 수사를 촉구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는 보이지 못할 망정 언론 기사화로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불평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작 협회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장본인은 야구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막말을 쏟아낸 박 회장이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처신을 잘못한 비위 직원의 해임이라면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당당하게 공개하는 게 새 출발하는 협회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편이다. 터무니없는 억지 해임 사유는 박 회장의 표현대로라면 그들 ‘패거리’를 비호하기 위한 반박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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