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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예능대세' 서장훈의 진심, TV서 통했다

입력
2015.06.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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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은 방송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다. 선수 시절 ‘비호감’이란 딱지를 달고 살았고, 사생활에서의 이혼 전력은 방송 프로필에선 핸디캡이 될 수 있었다. 외모도 그다지 미남이라 하긴 어렵다. 2m 넘는 키도 방송에 적합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서장훈은 요즘 ‘예능 대세’라고 불릴 정도로 잘 나갈까. 어쩌면 달변+운동 선수 때의 출중한 실력+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냉철한 분석+뛰어난 방송 감각과 인맥이 어우러져 요즘 방송 시장에 딱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이 한 마디로 단순하게 설명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서장훈이라는 사람의 진심, 진짜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감과 공감을 이끌어 냈으니까.

힐링캠프 '미식캠프 편'에 나온 서장훈. TV화면 캡처.
힐링캠프 '미식캠프 편'에 나온 서장훈. TV화면 캡처.

방송인으로서 서장훈의 최고 장점은 달변이다. 그런데 그 달변은 노골적인 자기 자랑이나 변명이 아니다. 지나치게 냉정하게 주제 파악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8일 방송된 힐링캠프(SBS)에서는 깜짝 게스트이자 진행자로 장예원 아나운서가 녹화 장소에 나와 있자 서장훈 혼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나…운서…를 내가 대놓고 좋다고 할 수도 없고…”하는 장면에선 ‘서장훈 답다’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서장훈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직설적이고 솔직했다. 다른 방송에서 늘 그랬듯이. 그는 “난 박지성 선수, 박찬호 선수가 정말 부럽다. 그 분들은 전국민의 응원을 받았고, 국민들이 힘들 때 희망을 주는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나는 국제경쟁력을 키우지 못할 바에는 한국에서라도 월등하게 잘 하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말에는 왠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졌다.

선수 시절 서장훈이 ‘비호감’이었던 이유는 지나친 승부욕 때문이었다.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고, 후배들에게 대놓고 싫은 소리, 싫은 표정을 하는 장면도 중계에 자주 잡혔다. 평소 결벽증이 있다더라,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엄청나게 짜증을 내더라, 하는 모습이 ‘비호감’ 인상을 굳어지게 했다. 팬들을 향해 한 번이라도 더 웃어주는 게 프로 선수로서의 팬서비스 아니냐고 하면, 서장훈은 “좋은 플레이 해서 경기를 이기는 게 진짜 팬서비스”라고 했다. 반박의 틈을 조금도 두지 않고 말이다.

당시 코트 위의 서장훈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던 사람들이 요즘 서장훈의 진심을 듣고 마음을 좀 바꾼 것 같다. 농구 선수로서의 자존심, 승리를 향한 열정이 지나쳐서 당시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말 잘 하는 서장훈은 은근히 예능도 잘 한다. 안 하겠다면서 결국은 춤도 추고, 애드리브도 하고, 김구라가 ‘임대업자’라고 계속 놀리는 것도 은근 잘 견딘다. 어느새 서장훈은 고정 프로그램 4개를 꿰찬 방송인이 됐다.

서장훈을 보면, 요즘 시청자들의 묘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방송, 특히 예능은 말 잘 하고 잘 웃기는 사람을 선호한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 더 해서 요즘 ‘대세 예능인’의 필수 요소가 있다. 바로 자신의 진짜 필드(그게 방송이든, 코미디든, 연기든, 혹은 다른 분야든)에서 진지함을 갖고 오랜 기간 도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방송에선 우습고 가벼운 모습을 보일지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어야 한다.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았거나, 음지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더 잘 통한다. 대표적인 게 백종원이고 서장훈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뜬 배우 류승수, 가수 강균성, 스타 셰프로 떠오른 최현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이룬 성과가 있고, 그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 하지만 동시에 방송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잘 한다.

요즘 시청자들(특히나 젊은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깜짝 스타가 되는 이들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자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면, 엄청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최근 본의 아니게 이슈의 중심에 선 맹기용 셰프 아닐까.

맹기용씨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논리를 보면, 그의 실력이 ‘냉장고를 부탁해’에 고정 출연하는 여타 출연자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출연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출연하고, 또 제작진의 옹호를 받고, 승리까지 거두는 게 자꾸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동안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정치인들은 대부분 진짜 모습을 뒤로 감추고 방송용으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장훈을 보니 가끔은 TV가 진심을 보여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 그런 경우가 늘어나면서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진심과 실력을 검증하는 장이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예능은 예능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서장훈이 방송을 잘 해서, 말 잘 하고 재미있어서 좋다. 그렇게 말 잘 하다가도 김구라나 김제동에게 약점(돌싱, 외로운 싱글남, 세상 걱정 없는 임대업자?)을 공격 당할 때면 반박 한 마디 못 하는 게 재미있어서. 반면 맹기용씨는 요리 실력을 떠나 방송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프로그램 재미에 도움을 거의 못 주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차라리 맹기용씨가 처음부터 허당 셰프로 캐릭터 컨셉을 잡고 선배 출연자들에게 구박 융단폭격을 먼저 맞았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시청자들이 이렇게 들고일어나진 않았을 텐데. 아닌가?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SBS TV 매주 월요일 밤 11시 15분

지친 마음을 힐링 시켜 줄 신개념 토크쇼. 대한민국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 게스트들과 함께 그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진행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

★시시콜콜 팩트박스

1) 힐링캠프는 2011년 7월18일에 첫 방송돼 벌써 만 4년째 계속되고 있다. 6월 15일 기준 188회가 방송됐다. 2013년 8월 MBC의 ‘무릎팍 도사’가 종영하면서 현재 지상파 방송 3사 중 평일 밤 시간대에 하는 유일한 인터뷰 토크쇼로 남았다.

2) 힐링캠프에는 박인비, 이동국, 박태환 등 스포츠 스타가 자주 출연했다. 2012 런던올림픽,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정규방송이 아닌 시간까지 특별편성 됐다. 지난해 6월 22일에는 브라질월드컵 특집편이 방송됐다.

3)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박근혜와 문재인 당시 후보들이 모두 힐링캠프에 출연한 바 있다.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다음달에는 당선자인 박근혜 편을 특별 재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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