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전 미국 뉴욕에서 일본의 만주침략을 규탄하며 전 세계의 대응을 촉구한 한국인들의 성명서가 발견됐다. 하와이에서 국민회가 중심이 돼 일본의 영토 야욕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고 국제연맹의 조사를 요구한 사실은 알려졌지만, 뉴욕에서 한인들이 성명서를 낸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뉴욕한인교회의 역사편찬위원회는 ‘일본의 만주침략에 반대하는 한국인 성명서’(The Korean Manifesto against the Japanese Invasion in Manchuria)라는 제목의 문서를 교회 창고에서 최근 발견했다. 표지에는 제목과 함께 뉴욕한인교회 주소가 적혀 있다. 성명서 발표 주체는 성명서 맨 마지막 부분에 ‘뉴욕한인공동회’(The allied Korean Organizations in New York)로 돼 있다. 성명을 발표한 날은 일본의 만주침략(1931년 9월 18일) 2개월여 뒤인 1931년 11월 25일이다.
성명서는 “아시아 대륙 정복을 위한 일본의 피투성이 손이 만주에까지 미쳤으며 아시아 동쪽을 차지하기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시작했다. 이어 일본 제국주의의 필리핀 방향 남하정책은 서구 열강에 가로막힌 반면 한국, 만주 등 아시아 대륙의 동쪽을 차지하려는 야망은 중국의 내부 갈등, 러시아의 무관심 등으로 말미암아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일본이 만주에서 추진하는 일련의 작업은 왕비 살해, 왕 축출 등 한국에서 했던 일과 유사하다며 한국에 이어 만주까지 합병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성명서는 한국인들이 20년동안 목격한 것처럼 일본은 세계 평화와 인권을 보호할 마음은 없고, 늑대처럼 탐욕스럽기만 하다면서 전 세계가 나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막자고 촉구하면서 마무리했다.
이 성명서는 1932년 2월 19일 국민회 뉴욕지방회 등 4개 단체가 만주침략 규탄 결의문을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 등에게 보낸 것보다 3개월 앞선 것으로, 일본의 만주침략 직후부터 뉴욕 한인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독립기념관 홍선표 책임연구위원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단체와 별도로 뉴욕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해 전 세계를 향해 발표한 성명서”라면서 “일본의 만주침략에 미주 한인들이 본격 대응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의미부여했다. 또 성명서 발표 장소가 뉴욕한인교회 ‘8호실’로 적혀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로스앤젤레스가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뉴욕한인교회가 미동부 독립운동의 중심이었음을 재확인해 주는 문서”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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