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바이어들 발길 끊겨
이통사 등 내수시장도 피해 확산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까지 타격을 받는 등 산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수출업계가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중고차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에어컨이 기본 장착돼 있고, 운전대가 왼쪽에 달려 중동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중동은 요르단과 리비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며 최대시장으로 부상했지만 메르스 악재 때문에 업계가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에서 수입할 중고차를 알아보러 오는 중동지역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한국에서 중고차 수출을 위해 중동지역을 방문하는 국내 딜러들도 자취를 감췄다. 인천지역의 한 중고차 딜러는 “환율 악화로 수출량이 줄었는데 메르스 악재로 문의전화까지 끊겨 주말에 매장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식품업계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식품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시장개척을 준비해 왔으나 메르스 때문에 각종 행사와 바이어 방문이 취소돼 울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1일과 12일 각각 예정됐던 '할랄식품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와 '한-아랍에미리트(UAE) 할랄식품 전문가 포럼'을 무기한 연기했다.
내수도 거의 모든 업종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메르스 발생 이후 한국여행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이 10만명에 이르면서 경제적 손실이 1,800억원을 넘었다. 특히 6월은 여행 성수기인데도 예약률이 저조해 당초 예상보다 방문객이 40만명 정도 줄어든 100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홍성민 아시아나 인천공항지점장은 “중국 관광객의 비자 신청이 하루 1만5,000건에서 최근 2,400건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맹찬호 모두스테이 대표도 “지금쯤 객실 점유율이 80%까지 올라와야 정상인데 35%에 머무르고 있다”며 “내달 예약 현황도 18%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이달 매출은 지난해보다 5~9% 하락했다. 이홍근 면세점협회장은 “5월에 비해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매출이 각각 20%와 30%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음성통화를 무제한 할 수 있는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놓고 가입자를 끌어 모았던 이동통신업계는 메르스 발병 이후 매장 방문객이 뚝 끊겼다. 게임업체들도 사람들이 동네 PC방 출입을 꺼리면서 관련 매출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임업체 넥슨은 27일 예정으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메이플스토리2’ 발표행사도 취소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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