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7세 어린이 판정 매번 바뀌어
음성 판정 60대 뒤늦게 확진후 사망
"당국 부정확한 검사로 치료 늦어져"
경기 성남의 7세 어린이 등 일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의 검사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와 보건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국이 음성으로 분류한 환자가 민간 병원에선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지는 사례까지 나왔다. 부정확한 유전자 검사 탓에 차단 방역과 치료가 늦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 1차(10일) 음성, 2차(12일) 양성이었던 A(7)군이 13일 국립보건환경연구원의 3차 검사에서 다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흘 간 진행된 검사 결과가 매번 뒤바뀐 것이다.
A군은 아버지 B(46ㆍ91번 환자)씨와 함께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갔다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A군 부자는 ‘14번 환자’가 치료받은 이 병원 응급실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렀다.
보건당국은 A군의 결과가 엇갈리자 이날 검체를 다시 채취, 4차 검사에 들어갔다. 당국은 부정확한 검사 결과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객담(가래) ▦인후(목구멍) 도말 ▦비강(코 안의 빈 곳) 도말 등 검사법을 모두 동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 검사 결과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로 당국은 환자나 검체의 상태, 검사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염됐더라도 초기에는 음성이었다가 바이러스가 번식한 뒤 검사하면 양성으로 나올 수 있는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또 폐 조직에 가까운 기도 아래쪽에서 가래를 채취할수록 정확도가 높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민간 병원 사이에서는 당국이 내놓은 결과를 ‘100%’신뢰하지 않으며, 일부 병원에선 예방적ㆍ선제적 대응에 나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아주대병원이 대표적인 예로, 보건소 등이 두 차례나 음성 판정을 했던 67세 폐렴환자 C(여ㆍ118번)씨에 대해 인후도말 방식의 검사를 추가 진행해 메르스 감염을 확인했다. 이미 당국이 음성으로 분류했기에 재검사를 할 의무가 없었지만, 병원 의료진의 ‘합리적 의심’이 적중했던 셈이다.
아주대병원은 C씨가 첫 내원할 당시인 지난 9일 낮 12시48분쯤부터 기존 검사를 믿지 않았던 탓에 초기부터 방역망을 가동, 의료진과 내원객의 바이러스 노출을 차단했다. C씨는 아주대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다 13일 오전 3시30분쯤 끝내 숨져 한편에선 부정확한 검사로 처치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승관(42)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는 “C씨가 6일부터 경유했던 병원 2곳과 보건소의 대응에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의심환자에 대한 초기 격리와 정밀한 검사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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