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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내용 되풀이 한 WHO 평가단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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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내용 되풀이 한 WHO 평가단의 진단

입력
2015.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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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인 지역 전파 대비해야"

부실대응 보건당국엔 "적절" 평가

안철수 회견장 입장 '차단' 해프닝도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왼쪽) WHO 사무차장과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왼쪽) WHO 사무차장과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해 병원 내 일부 제한적 상황에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유행 당시처럼 환자 치료 중 발생하는 에어로졸(미세한 액체방울)이 공기 감염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상황이 일어나도 독감(인플루엔자)처럼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WHO는 예상했다.

국내외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9일부터 닷새 동안 국내상황을 조사한 뒤 13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공동단장인 이종구(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1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병원에서 호흡 유지 등을 위해 환자의 기관지에 관을 넣거나 공기압축기로 산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비말(droplet)이 에어로졸 형태로 잘게 쪼개질 수 있는데, 이 안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면 공기 중 이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 이런 상황이 생길 순 있지만, 현재까지 발병 양상으로 볼 때 주요 전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진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에어로졸은 비말보다 가벼워 공기 중을 떠다닌다. WHO는 과거 사스 유행 때 일부 국가의 병원에서 에어로졸이 사스 확산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중증 환자들이 유사한 치료를 받는 메르스 역시 공기 중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평가단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에어로졸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다. 평가단은 “한국의 강력한 전파 경로는 환자와의 접촉이나 비말 감염”이라며 “예외적인 에어로졸 감염이나 산발적인 지역사회 전파가 생기더라도 인플루엔자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인플루엔자는 비말과 에어로졸의 두 경로로 모두 전파된다.

평가단은 일각에서 제기된 재발 우려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내엔 낙타 같은 초기 숙주가 없기 때문에 신규 환자가 유입되지 않는 한 재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오랫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장기 잠복기 보균자)이 없다는 점에서 사람 간 전파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도 설명했다.

WHO 조사결과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바이러스 변이는 없고, 문병 문화나 붐비는 응급실이 확산 부추겼다는 등 이미 알려진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실한 초동 대처로 사태를 키운 데다 격리자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보건당국에 대해 “격리, 예방, 방역 조치가 적절하고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아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신종 감염병이 처음 발생하면 어떤 국가이든 어려움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 조치를 빠르게 강화했다는 점을 의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입국한 뒤 1주일도 채 안 되는 단기간에 정부가 제공한 자료만으로 조사를 마쳤고, 본부가 있는 스위스로 돌아가기 전까지 단 두 차례 기자회견 말고는 일체 외부 접촉을 하지 않은 점도 구설수에 올랐다.

평가단 자격으로 방한한 WHO 측 인사는 홍콩 미국 스위스 등의 보건전문가 8명과 소통 담당 2명이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전문가 포함을 요청했으나, WHO는 ‘중립’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단장인 일본인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의 국적은 미국이다. “다만 중국에게는 한국인 메르스 환자를 받은 ‘피해국’임을 고려해 발언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으로 전문가 1명의 참관을 허용했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한편 13일 열린 평가단 기자회견에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왔다 입장을 거부당한 채 돌아갔다. WHO는 정치인의 참석 요구에 대해 다소 불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발표 내용이 실망스럽다”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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