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IA 김진우.
올 시즌 KIA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특유의 친밀한 스킨십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놨다.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김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고,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며 화답한다.
하지만 김 감독이 마냥 좋은 형님은 아니다.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모질게 채찍질하기도 한다. '형님 리더십'에서 소외됐던 대표적인 선수는 투수 김진우(32)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김진우는 체력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만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와중에 다시 종아리 근육통으로 실전 등판이 미뤄졌다. 그러나 지난 6일 올 시즌 첫 1군에 등록돼 7일 사직 롯데전 불펜으로 복귀전을 치러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결과는 무실점이지만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평가하기 이르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김 감독은 "부상을 당하면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부상 없이 몸 관리를 하는 것도 실력"이라면서 김진우에게 기회가 계속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절박한 김진우는 최고의 호투로 김 감독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김진우는 지난 13일 광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1홈런)에 1볼넷으로 1실점만 하고 팀의 7-1 승리에 앞장섰다. 탈삼진도 8개나 기록했다. 김진우의 선발승은 지난해 6월 12일 광주 한화전 이후 366일 만이다.
2011년 임의탈퇴가 풀려 복귀한 김진우는 2012년 10승, 2013년 9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가 지난해부터 부상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건재를 확인함에 따라 KIA는 화려한 선발야구를 다시 꽃피울 계기를 마련했다. 양현종이 특급 에이스로 진화한 가운데 외국인 험버와 스틴슨이 그런대로 몫을 해 주고 있고, 서재응도 지난 2일 두산전에서 662일 만의 승리를 올리며 재기에 청신호를 켰다. 김진우까지 승승장구한다면 10개 구단 최고의 선발 높이를 자랑할 수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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