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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흥경제 먹구름

입력
2015.06.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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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입이 올 들어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200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신흥경제국 대부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브릭스(Brics)’로 지칭됐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도 심각한 교역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이를 ‘신흥경제의 구조적 경기둔화(structural slowdown)’라고 규정하고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는 호황-후퇴-불황-회복 등 자연스러운 순환을 반복한다. 반면 구조적 경기둔화는 이런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 경기침체와 소득불평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만성적 수요 부족이나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같은 국제분업체계의 변동에 따른 교역 축소 등의 현상을 아우른 말로 풀이된다. 그런 변수가 작용해 브릭스의 맏형인 중국은 성장률이 7% 정도로 급락하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상황은 더 심각해 이미 0%대 성장을 밑도는 침체기를 맞았다.

▦ 신흥경제국 대부분이 경기둔화에 빠지기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95년 초 멕시코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거쳐 러시아까지 휩쓴 경제위기로 발전했던 당시만 해도 신흥경제국이 세계 실질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였다. 반면 지금은 중국 등 17개 주요 신흥경제국의 비중만도 52%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이런 현실에 주목, “세계경제에 신흥시장 발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민간 리서치업체의 우려를 소개하기도 했다.

▦ 신흥경제 경기둔화가 정작 걱정스러운 건 글로벌 자금의 역류다. 글로벌 자금은 통상 자본의 중심부(선진국)로부터 주변부(개도국)로 흐른다. 그런데 주변부 경제가 둔화하면 주변부에 고여있던 글로벌 자금이 대거 중심부로 회귀하면서 금융ㆍ외환위기를 부르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이 글로벌 자금 역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일부 신흥경제국에서 자금이탈이 엿보이는 만큼, 위기를 최소화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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