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여전하지만 그에 못지 않는 불감 현상이 공존하고 있어 또 다른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 코리아'가 지난 12~13일 예정대로 열리면서 서울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이틀간 1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국내에 첫 발견된 이후 유례없는 인파가 한 곳에 모인 셈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의 1~2m 주변에 1시간 정도만 함께 머물러도 그 사람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환자와 신체 접촉이나 침으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나 유명 가수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나 공연을 일제히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엑소의 팬사인회가 취소되고 이문세, 김장훈 등 공연형 가수들이 모두 관객과의 만남을 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샤이니, 이승기, 카라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총출동하는 음악 방송도 마찬가지다. SBS '인기가요'는 14일 관객을 받지 않고 비공개 녹화로 무대를 꾸몄다. 지난 주말을 메르스 확산 방지에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꽉 들어차도 1,000명이 넘지 못하는 공간이지만 만에 하나를 우려한 대비책이었다.
이러한 긴장 국면 속에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게다가 밀집한 관객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몸을 부딪혔다.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흔들며 땀을 뒤섞었다. 보건당국의 지침대로 발판 소독기, 손 세정제를 배치했다고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백색 마스크 행렬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이었다.
가까운 중국의 대응 방식과도 대비됐다.
오는 20일부터 3일간 중국 성도에서 30만명 규모로 진행하려던 '한류사랑문화축제'는 행사 1주일을 앞두고 잠정 연기됐다. 싸이, 슈퍼주니어, 에일리, 지창욱 등 국내 대표 스타들이 대거 출동할 계획이지만 중국 외교부와 위생국이 제동을 걸었다. 메르스가 번진 한국의 스태프 500여명이 방문하는 것을 부담으로 느껴 결국 무산됐다. 주최 측은 할 수 없이 메르스가 잠잠해질 시기를 기다리며 일단 7~8월로 연기한 상태다.
메르스 확진 환자수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의 엇박자, 모여봤자 수백명인 공연은 메르스 때문에 문을 닫고 10만명이 땀을 뒤섞는 대형 페스티벌은 강행되는 풍경, 메르스를 둘러싼 모순은 정치권 뿐 아니라 공연계에도 공존하고 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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