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희(맨 왼쪽) 감독을 비롯한 SK 선수단 전체가 농군 패션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5월 한 때 선두에 올랐던 SK. 꼭대기에 있던 팀은 극심한 타격 침체와 불안한 수비 등으로 금세 뚝 떨어졌다.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NC전 패배로 승률 5할까지 내려앉았다.
시즌 최대 위기감이 감돈 선수단 분위기 속에 주장 조동화(34)를 비롯한 박진만(39), 박정권(34) 등 고참들이 모였다. 이들은 뭔가 변화를 주고자 머리를 맞댔다. 그러고 지난 12일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 앞서 조동화는 미팅을 소집한 뒤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스타킹을 무릎 밑까지 올려 신는 '농군 패션'으로 경기에 나서자는 것이다. 경기력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또 다른 사항은 공수교대 때 각자 포지션까지 전력질주, 상대 투수의 견제 시 슬라이딩 하기다.
선수들의 각성 효과는 팀의 변화를 일으켰다.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것과 달리 12, 13일 롯데전에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12일 경기에서 롯데가 따라올 만하면 곧바로 추가점을 내 추격 의지를 꺾었고, 13일엔 5-4, 1점 차 리드를 철벽 계투로 막아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팀 승률은 5할 +2(30승1무28패)를 만들었다.
조동화는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밝혔다. 13일 선발승을 올린 에이스 김광현은 "사실 농군 패션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팀원들 모두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담아 함께하는 만큼 스타킹을 올려 신고 던졌다"면서 "내가 던질 때 이기면 분위기가 더 살아나는 걸 알기 때문에 등판하는 경기마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팀 분위기를 느낀 김용희 SK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감 있게 경기를 잘해주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또한 "그 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랬지 선수들이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아침 일찍 나와 운동을 하고 경기 마친 뒤에도 훈련을 하고 들어가는 선수도 있다. 원정에 가서도 개인적으로 스윙 연습을 한다"고 선수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