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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팬오션 품고 곡물유통 기업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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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팬오션 품고 곡물유통 기업 '날개'

입력
2015.06.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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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경영권 인수 마무리하면 자산 9조 넘어 대기업 진입

"원가의 30%나 차지하던 사료 원료 운송비 줄이고

장기적으론 곡물 유통 사업 확장"

한국판 카길을 꿈꾸는 국내 최대 축산기업 하림이 해운 운송업체 팬오션을 품에 안았다. 미국의 카길은 곡물 생산부터 가공, 판매는 물론이고 운송까지 직접 담당하는 세계 최대 곡물업체로, 지난해 13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12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팬오션 관계인 집회에서 1.25 대1 주식 감자안을 포함한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을 채권단 87%, 주주 61.6% 동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생안이 통과되면서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팬오션 매각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지난 9일 인수 금액 1조79억5,000만원을 모두 납부하며 팬오션 인수에 적극 나섰다. 진통도 있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반발한 주주들은 팬오션이 지난해 영업이익 2,150억원을 기록하며 우량회사로 탈바꿈한 만큼 감자까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난관을 넘어 회생안이 이날 가결되면서 하림은 팬오션 인수를 위한 실무진을 16일까지 구성해 본격적인 경영권 인수 준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팬오션 주식은 17일 매매거래가 정지된 뒤 신주 발행, 유상증자 및 감자, 신주 상장 및 거래 절차를 차례로 밟게 된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의 팬오션 경영권 인수는 법정관리 졸업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다음달 말 이전에 종료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하림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새롭게 포함된다. 지난해 말 하림그룹의 자산 총액은 모두 4조8,000억원이다. 여기에 부채 포함 총 4조4000억원 규모의 팬오션이 가세하면 하림그룹의 총 자산규모는 9조원을 넘어선다.

하림의 꿈은 여기 그치지 않는다. 닭고기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하림은 미국의 카길처럼양계부터 가공, 판매, 운송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축가공 기업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운송 역량 확보가 절실하다.

따라서 팬오션은 하림이 가장 아쉬운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등 대부분의 사료 원료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운송비용 절감과 유통망 안정까지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매년 300만톤 이상의 사료 원료를 수입하는 만큼 운송비 부담이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며 “팬오션 인수가 완료되면 사료 원료 수입을 넘어서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곡물 유통 분야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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