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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서병수, 2012년 10월 15일 의혹 묻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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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서병수, 2012년 10월 15일 의혹 묻히나

입력
2015.06.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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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지기' 한장섭 만난 장소서 30분 뒤 서병수 당시 與사무총장 만나

'금품 받아 전달' 가능성 높지만 돈 흐름 단서 없어 의혹 규명 못해

성완종(왼쪽), 서병수 부산시장
성완종(왼쪽), 서병수 부산시장

‘13:30 한JS/ 국민일보 빈센트’, ‘14:00 서BS/ 국민일보 빈센트’

2012년 10월 15일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일정표에는 이렇게 2건의 약속이 적혀 있다. ‘한JS’는 경남기업의 자금담당 부사장이었던 한장섭(50)씨, ‘서BS’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서병수(64) 부산시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12층에 있는 이탈리안 음식점으로 성 전 회장이 즐겨 찾던 식당 중 한 곳이다. 그가 불과 30분 간격으로 두 사람을 잇따라 만났던 이 자리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난 9일 서 시장에게 보낸 2차 서면질의서에서 ‘2012년 10월 15일’의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금고지기인 한씨에게서 돈을 건네 받은 뒤, 이를 곧바로 서 시장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질의서에는 ▦당일 성 전 회장을 실제로 만났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금품수수 사실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말 1차 서면조사 때에도 비슷한 내용을 물어봤으나, 서 시장의 답변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질문을 보다 구체화해 추가 조사에 나섰다. 서 시장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당무조정본부장을 지냈으며, 성 전 회장은 사망 전 남긴 메모지에서 불법 대선자금 전달을 의미하는 듯 ‘부산시장 2억’이라고 적었다.

성 전 회장의 2012년 10월 일정표에는 서 시장(서BS 포함)이 총 네 차례 등장한다. 이 무렵은 당시 선진통일당 원내대표였던 성 전 회장이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던 서 시장과 합당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하던 때라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더구나 한씨는 2012년 총선 당시 성 전 회장 지시로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까지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2012년 10월 15일’ 회동의 의혹을 뒷받침해줄 구체적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를 모았던 한씨는 정치권에 돈을 전달한 추가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 비자금 추적에서도 당시 2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비자금 2억원의 인출내역이 있었다면 이미 서 시장을 소환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서면조사만 두 차례 한 것도 금품 관련 단서를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회동 목적에 대한 강력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 전 회장이 한씨를 만난 것은 경남기업 현안을 보고받기 위해서였고, 서 시장과의 약속은 합당 논의 때문”이라는 구도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의 메모지를 통해 서 시장과 함께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유정복 인천시장(3억원)은 성 전 회장의 2012년 11월 일정표에 두 차례 등장하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2억원)은 2013년 6월 이후부터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선 서 시장을 포함한 ‘대선캠프 3인방’의 대선자금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수사가 끝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홍준표 경남지사(1억원)와 이완구 전 총리(3,000만원) 수사를 통해 성 전 회장 메모의 신빙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을 피해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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