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이 시행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이 이를 숨긴 채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선 안 된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일간 타게스차이퉁(TAZ)은 12일(현지시간)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한일 과거사 갈등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독일이 본보기는 아니다 - 극동아시아의 과거사 극복 문제’라는 제하의 논평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의 과거사 문제를 놓고 오래전부터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건 양국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운을 뗐다.
신문은 그러나 “주된 책임은 역사수정주의자들이 대거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쪽에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일본 정부의 사과 역시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TAZ는 “오랜 기간 논란이 돼 온 문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로 학대당한 강제 성매춘부 여성들”이라면서 “한국은 그 숫자가 20만 여명에 달한다고 말하지만 일본 측은 그보다 훨씬 숫자가 적다고 하거나 성노예 여성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TAZ는 이어 “이제 강제노역이라는 주제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적고 “같은 장소(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근대산업시설 일부)에서 강제노역이 행해졌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고 썼다.
TAZ는 나아가 “역사를 판단하는 유네스코의 기준은 진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일본 우익정부의 기준보다는 더 높아야 한다”고 적시하고 “다만, 한국 역시 과거 독재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고 중국 정부의 역사왜곡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독일 역시 과거사 해결에서 계속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독일의 아프리카 식민통치 시절 헤레로족 학살에 대한 “형식적인 사과가 그랬고”, 또한 분단시절 고립된 서베를린 봉쇄에 공중으로 물자를 공급했던 역사로 인해 “‘템펠호프의 자유’라고 불리는 공항이 과거 강제수용소였던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마무리했다.
TAZ는 이날 등재 관련 한일 갈등 사실관계를 전하는 별도의 기사에선 “한국은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산업지역 23곳 중 7곳에서 한국인 강제노동자 5만9,000명이 2차대전 중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나기 전까지 잔혹하게 착취당했고, 일부는 죽기까지 했다고 비난한다”면서 “일본정부가 자국의 산업기념물의 영광스런 의미를 부각시키며 그 이면의 어두운 역사는 묻어 두려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한편 이날 윤병세 외교장관은 베를린 외교부 청사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을 만나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시도와 관련, 세계유산위원회(WHC) 의장국인 독일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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