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홍역 치른 서울대서 포럼… 강의실 성희롱 빈발 등 특징 분석
몇 년 전 대학 교수 A씨는 강의에서 “미국 여자들은 풍만한데 한국 여자들은 계란프라이 두 개를 얹고 다닌다”고 말했다가 파문을 일으켰다. 한 남학생에게는 ‘큰 가슴 가진 여자가 오면 흥분된다’는 문장을 영작 시키거나 수업 중 “여자는 팬티스타킹 2호가 예쁘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다 징계를 당했다.
또 다른 대학의 조교수인 B씨는 여학생 두 명을 상대로 이메일이나 문자로 성적인 농담을 반복해 보냈다가 교내 학생상담센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12일 오후 여성연구소, 인권센터와 공동으로 ‘대학 캠퍼스의 권력형 성희롱ㆍ성폭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학술 포럼을 열어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찬성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요새 대학에서는 학내외를 불문하고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강의실에서 다수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습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사례처럼 교수가 학생을 사석으로 따로 불러내 성폭력을 가하는 사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밖에도 최근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의 특징적 양상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점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 ▦‘교수’ 혹은 ‘강사’가 우월적 신분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쉽게 인지 못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점 ▦사건 발생 뒤 피해자가 소속 대학으로부터 방치되는 점 ▦해당 교수에 대한 소문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학내 분위기가 작용하는 점 등 아홉 가지가 꼽혔다.
배은경 여성학협동과정 교수는 “교수가 연관된 사건의 경우 학교나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수단이 제한적이고 절차도 오래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며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었던 위계적이고 성차별적인 불통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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