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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문수의 쉬운 헤엄

입력
2015.06.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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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ㆍ30 재보선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우리 정치사에서 일대 사건이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후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의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처음 당선된 의미는 컸다. 박정희_김대중이 격돌한 1972년 대선 이후 망국적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며 고착됐던 지역구도 해체에 희망의 빛을 비췄기 때문이다. 여야 성향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다음 차례는 대구의 김부겸”이라고 입을 모았다.

▦ 여야 당적을 바꿔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했던 김부겸은 2012년 4월 19대 총선 때 고향인 대구 수성갑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40.4%를 얻었다. 지난해 6ㆍ4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후보로는 수성구에서 47.5%나 얻었다. 새누리당의 아성 대구에서 야당후보로서 경이적인 득표라 할 만하다. 보수적인 대구시민들 가운데도 불모지에서 험난한 길을 가는 그의 기개를 높이 산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그가 이정현 의원의 지난해 쾌거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돌연 수성갑 출마 뜻을 굳히고 나서면서다. 국회의원 3선(경기 부천소사)과 경기지사 재선을 한 그는 새누리당 유력 차기주자 중의 한 명이다. 김부겸과는 경북고 5년 선배이고 서울대 동문이기도 해서 각별한 사이다. 학생ㆍ재야운동 시절 긴밀한 동지였고, 김부겸이 한나라당 소속이던 때는 개혁파로 뜻과 행동을 함께 했다. 그런 그가 지역구도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절치부심 중인 후배의 터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도 해도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다.

▦ 2017년 대선을 겨냥, TK(대구경북)맹주로 지역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일 터이다. 하지만 당 보수혁신위원장으로서 정치혁신을 부르짖은 그가 아닌가. 지역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지역주의 타파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명분이 안 선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미 많은 정치자산을 확보한 그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편한 길을 걸으려 한다고 비난 목소리가 높다. 정치의식 높아진 대구 시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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