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집단 발생으로 국민과 환자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 특위에서 이 병원 관계자가 메르스 확산을 두고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사죄 차원에서다. 병원 측은 “모든 국민이 고통 받는 엄중한 시점에 신중치 못한 발언이 나왔다”며 “대규모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으로서 집단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이 메르스 2차 유행 진원지로 지목되는 가운데 면피성 태도로 물의를 빚고 사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병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제까지 확진 환자 120여명 중 60명 가량이 이 병원을 통해 감염됐다. 메르스 1차 유행 진원지 평택성모병원 36명을 넘어서는 수치로, 이 곳 한군데만으로도 세계 3위 발생국 기록이다. 더욱이 확진자 절반 이상은 당초 병원 측이 파악한 격리명단에도 없었다. 3차 유행 우려가 있는 3개 병원도 삼성서울병원을 거쳐간 환자들을 진료한 곳이다. 자칫 하면 이번 주를 고비로 메르스 기세가 꺾일 것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 병원이 국내 최초로 메르스 환자를 확인, 더 큰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막은 공로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병원 측이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의 감염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밀접 접촉자만 관리하는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 조기차단 기회를 놓치게 한 데 대해선 변명하기 어렵다. 더욱이 아직 외래 환자 한 명의 감염 경로를 밝혀내지 못해 또 다른 확산통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은 초기 안이하게 대응한 방역 당국과 병원들이 모두 책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대표병원이라고 할만한 곳의 부적절한 태도는 도리어 병원의 명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삼성서울병원은 배전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방역 당국도 관리 감독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 병원보다 감염 환자가 적게 나왔음에도 평택성모병원은 문을 닫았고,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한 서울메디힐병원도 영업을 중단했다. 워낙 입원 치료환자가 많은 큰 병원이라 또 다른 혼란과 부작용 때문에 이들 병원과 수평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부분 폐쇄 등 일정한 안전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다. 당국과 병원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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