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 일환
"아이들 놀 권리 보장되는 공간"
서울 상봉어린이공원 재건축 개장
놀이터 개선사업 일명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를 기획해 행동으로 나선 이들이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제충만 대리와 그와 함께 놀이터 재건축에 앞장선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이다. 두 사람이 만든 서울 중랑구 ‘상봉어린이공원’(가명) 개소를 하루 앞두고 11일 그들을 만났다. 상봉어린이공원은 6개월 전 폐쇄된 놀이터를 재건축한 것이다.
‘놀이터를 지켜라’프로젝트는 제 대리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됐다. 그는 “교회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바로 ‘뭐하고 놀아요’였다”며 “마음껏 놀라고 시간을 줘도 놀 공간이 없어 주춤거리기만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2월 동료 직원 3명과 함께 스터디를 꾸리고 아동의 ‘놀 권리’를 연구했다.
골방 스터디가 행동으로 옮겨진 건 지난해 7월쯤이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ㆍ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150세대 이상 주택단지에는 놀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기존 조항을 ‘일정 요건충족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로 변경했다. 제 대리는 “그러잖아도 놀이터가 계속 사라지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아예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예외규정 삭제를 요청했다”며 “다행히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해당 규정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는 더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아동의 놀 권리를 명문화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 ‘아동은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에 따라 ‘아동의 놀 권리가 보장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며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상봉어린이공원이다. 김연금 소장은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놀이전문가뿐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지역주민들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봉어린이공원은 지난 1월 말일부터 4월 초까지 수 차례에 걸친 어린이 디자인워크숍, 주민 디자인워크숍, 어린이 디자인위원단, 주민설명회 등 주민 참여활동 끝에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대부분이 놀이터 설계에 반영됐다. “역할놀이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해 놀이터에 조리대, 식탁, 장터 등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다. “자연친화적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공원 가장자리를 30여종 식물을 심은 화단으로 가꿨다.
어려움도 있었다. 당장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놀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 한가하게 비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소장은 그러나 “‘놀 권리’를 주장한다고 해서 다른 권리들이 그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놀이터를 다시 만든다는 말에 “시끄럽다”는 민원도 빗발쳤다. 제 대리는 “놀이터 주변 주민을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놀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며 “처음엔 순탄치 않았던 부분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쌓여 오늘의 결과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놀이터를 완성시킨 두 사람에게 ‘좋은 놀이터’란 무엇일까. 김 소장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놀이터는 아이들이 놀면서 완성시켜가는 놀이터”라며 “12일 개소 하면서도 여전히 놀이터 명이 ‘가명’인 것도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제 대리는 “아이들 의견이 충분이 반영돼 그들이 ‘내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그런 놀이터가 ‘좋은 놀이터’”라며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 아이가 ‘내 놀이터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는데 그 기쁨과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