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문화계 행사가 잇따라 취소ㆍ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 실내 콘서트를 강행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팬들 사이에서도 콘서트 강행 여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SM에 따르면 소속 그룹 동방신기 콘서트가 13,1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실내체조경기장에서 열릴 계획이다. 좌석수가 1만2,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 공연에 총 2만4,000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온 팬들도 약 6,000명 정도 된다.
SM 측은 메르스 여파로 공연 연기를 고려했으나 2인 그룹인 동방신기의 멤버 중 한 명인 유노윤호(정윤호)가 7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강행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과 연계된 관광상품 등의 판매가 이미 끝나 공연을 무기한 연기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주최 측은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통하는 주요 동선에 대형 방역기를 설치하고 공연장 입구에 알람 기능이 탑재된 열화상탐지 카메라를 배치한 뒤 이상이 감지되면 배치된 의료진의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콘서트 개최에 대한 갑론을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10대 팬은 “메르스 때문에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가 있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갈 순 없다”며 자신의 티켓을 양도했다. 또 다른 대학생 팬 역시 “국가적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최 측이 공연을 연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병원 외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인 점을 감안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공연 개최여부까지 관여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사한 대형 실내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다. 13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1만5,000명 규모의 팬미팅을 할 예정이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일정이 취소됐고, 경기 성남시에서 지난 5,6일 열릴 계획이었던 가수 이문세의 콘서트는 시작 5시간 전에 전격 연기됐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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