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5푼 타율ㆍ22홈런ㆍ57타점… 작년 '먹튀' 성적과는 하늘과 땅
지난 9~11일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둔 kt 전략은 단 하나였다. 리그에서 방망이가 가장 뜨거운 강민호(30ㆍ롯데) 앞에 주자를 쌓지 말자는 것이다. 조범현 kt 감독은 “(강민호의)타격감이 워낙 좋다. 주자만 없다면 굳이 승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포수 장성우도 “(강)민호 형이 찬스에서 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kt의 강민호 봉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구단 첫 스윕(3연전 싹쓸이)에 성공하는 새 역사를 쓰면서도 강민호에게는 3방의 홈런을 얻어 맞았다.
강민호가 프로야구 출범 34년째를 맞아 포수가 쓴 타격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다. 강민호는 kt와의 주중 3연전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8타수 6안타 3타점 3볼넷, 고의4구 1개를 얻어냈다. 10일 시즌 3번째 멀티 홈런을 기록한 그는 11일 경기에서도 2회 사이드암 엄상백의 직구를 잡아당겨 22호 대포를 폭발했다.
이달 들어서만 7홈런포를 가동한 강민호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52.8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이승엽이 2003년 작성한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개와 엇비슷한 수치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 특성상 신기록 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워낙 타격감이 좋아 기대를 하게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스탠스를 줄이고 상체를 약간 세우는 타격폼으로 바꾸면서 그의 약점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포수로 포지션을 한정하면 더 많은 기록이 쓰여질 공산이 크다. 매해 포수로 30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한 시즌 최고 타율은 1984년 이만수(삼성)의 3할4푼, 최고 장타율도 같은 해 이만수의 6할3푼3리다. 최다 홈런은 2000년 박경완이 현대에서 때린 40홈런이고, 최다 타점은 2010년 조인성(당시 LGㆍ한화)이 기록한 107타점이다.
강민호는 11일까지 55경기에서 181타수 65안타로 타율은 3할5푼9리, 장타율은 7할8푼5리다. 홈런은 22개로 테임즈(NCㆍ21개)를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 타점도 57개(3위)나 된다. 홈(13홈런)과 원정(9홈런)구장 성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그는 득점권에서도 3할8푼9리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할2푼9리(98경기)의 낮은 타율에다 16홈런 40타점으로 ‘먹튀’ 소리를 들었던 강민호가 선배들의 기록을 모조리 지우려 하고 있다.
강민호는 지난달 초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하루살이 인생”이라는 말을 했다. 타격감이 나쁘지 않지만, 큰 욕심 없이 그 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금도 그 마음가짐에는 큰 변화가 없다. 캠프 때부터 새긴 초심을 잃지 않아 더 무서운 강민호다.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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