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경사도 끝없는 경쟁, 곡예비행과 4D로 진화하기도
공포와 안락의 공존 기술… 더 빠르고 높은 게 능사는 아냐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파른 롤러코스터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등장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달 초 첫 선을 보인 ‘퓨리 325’. 레일 길이 2.1㎞, 최고 높이 99m(325피트)에 달한다. 최고 속도 시속 153㎞, 레일 전체를 완주하는데 겨우 3분2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사도 81도 높이에서 급강하, 최고의 짜릿함을 선보인다. 10년 만에 완공된 퓨리 325는 자유의 여신상 보다 높이 올라가며 건설비용 약 3,000만달러(333억 5,000만원)로 ‘가장 비싼 롤러코스터’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고 속도와 경사도에서 압도적인 ‘스펙’을 선보인 덕분에 롤러코스터 수준을 넘어 ‘기가 코스터’로도 불린다. 롤러코스터 전문 제작업체인 스위스 볼린저&마빌라르트가 설계한 작품이다.
퓨리 325의 매력은 ‘전통적인 방식의 고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기장으로 열차를 추진시키는 다른 롤러코스터와는 달리, 체인을 이용해 얻은 ‘높이 에너지’로 추진력을 얻는다. 탑승객들은 덜커덩 거리며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충분히 스릴감을 맞을 준비를 한다. 체인을 타고 30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른 이후에는 온전히 중력에만 의지한다. 처음에 얻은 높이 에너지를 이용해 급상승, 급강하, 급 커브, 회전, 회오리 구간을 마음껏 달린다.
퓨리325가 현존 롤러코스터 중 가장 길고 가파른 기울기를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 속도’ 부문을 따지자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페라리 테마파크에 있는 롤러코스터는 최고 시속 240㎞에 달한다. 이 롤러코스터는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2~3초면 충분하다.
유원지에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최고 인기를 구가해 왔던 ‘롤러코스터’가 황금기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73개의 롤러코스터가 전 세계 유원지에 세워져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50여개가 중국에서 세워지는 등 아시아가 롤러코스터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도 올해 높이 15m 이상, 시속 100㎞ 이상인 롤러코스터가 17개 정도 새로 선 보일 예정이다.
롤러코스터는 진화도 거듭하고 있다. 무조건 앞으로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탑승객들의 혼을 빼 놓는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놀이공원 식스 플래그스 피에스타에 있는 ‘배트맨 더 라이드’는 자칭 ‘4D’ 롤러코스터다. 이 롤러코스터는 앞으로 전진하면서도 좌석이 회전을 한다. 인디애나 주 홀리데이 월드에는 최초의 곡예비행 롤러코스터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버’로 영역을 옮겨 비디오 게임을 모방한 롤러코스터로도 변신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내 롤러코스터 ‘보이지 투 더 아이언 리프’에서는 탑승객들이 스크린에 나타난 적들을 향해 레이저 총을 쏘며 비디오게임과 롤러코스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엑스라이더 등 어린이용 4D 실내 롤러코스터가 선보였다.
우리나라 롤러코스터 중에는 에버랜드(경기 용인시)에 있는 T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최고속도 시속 104㎞로 세계 정상급이며 56m 높이에서 경사도 77도로 내리 꽂히는 스릴감이 일품이다. 레일 길이는 1,641m다.
하지만 이런 ‘무자비한’ 롤러코스터가 계속 인기를 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월트디즈니가 1975년 선보인 스페이스 마운틴은 최고 높이 27.5m, 최고속도 시속 43㎞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롤러코스터 설계기업 볼린저&마빌라르트 관계자는 “단순히 더 빠르고 더 높고 더 복잡한 롤러코스터만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서움과 안락함을 함께 주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설계의 목표는 탑승객들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만, 인체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레일의 비밀
복잡하게만 보이는 롤러코스터 코스는 ▦추락 ▦낙타 혹 ▦스크류 ▦열쇠 구멍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뉜다.
추락 코스는 높이 올라간 롤러코스터가 빠르게 급낙하 하는 구간이다. 탑승객들은 이 구간에서 최고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낙타 혹이란, 레일이 올라가면서 롤러코스터의 상승력과 중력의 하강력이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탑승객들은 수 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큰 원을 그리며 180도 회전하는 코스도 ‘낙타 혹’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크류 코스에서는 마치 코르크 마개를 따듯 배배 꼬며 3차원 공중제비를 돈다. 회전 안쪽 좌석 보다는 바깥쪽 좌석에서 훨씬 큰 중력 가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열쇠구멍은 롤러코스터가 큰 구멍이나 장애물 벽과 닿을 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통과하는 구간을 말한다. 키가 큰 탑승객의 경우, 좌석에서 일어서서 손을 뻗으면 장애물과 50㎝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설계된다고 한다. 탑승객들은 장애물에 부딪히는 듯한 공포에 빠진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0%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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