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있으면 음식 이름이 ‘맛있는 된장찌개’란 뜻을 가진 절미된장조치인가!!
조치란 말이 궁중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1790년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다. 혜경궁과 정조의 반수라에 꼭 들어가는 반찬이었다. 조치란 옛 조리법의 하나로 우리에겐 찌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치는 찌개, 볶음(궁중 떡볶이, 양볶이 같은), 찜 등 국보다 국물이 훨씬 적은 따뜻한 음식을 통칭 하는 말이다.
조치를 담는 그릇은 조칫보라 한다. 밥>국>조치의 순서로 크기는 다르지만 모양이 같고 뚜껑이 있다. ‘아~ 찌개 하나 얘기하는데 복잡하구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음식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은가? 절미된장조치는 바글바글 끓인 강된장찌개보다는 약간 묽은 된장찌개를 연상하면 된다. 조치에 대해 이 정도 알면 어디 가서 한마디 거들 정도는 되지 않나?ㅋㅋ
고종이 즐겨 먹던 ‘궁중 상추 쌈’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하는 절미된장조치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맛을 낸다. 그야말로 주재료인 된장으로 정면 승부를 보는 것이다. 요즘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본질을 뒤로 하고 스펙과 같은 부재료에 더 치중하는 군상이 꼭 먹어 봐야할 음식이 아닐까. (나도 별 수 없는 군상에 속하지만.)
절미된장조치에서 된장(옛날에는 된장이 흙빛이 난다하여 토장이라고 불렀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료가 소고기다. 하지만 조선시대 상궁들은 불교신자가 많아 육식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고기 대신 표고버섯 기둥으로 고기 맛을 냈다. 표고와 된장은 궁합이 잘 맞고 표고가 조미료 역할을 해 감칠맛을 더해주니 소고기의 대타 역할로 충분하다.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하는 잔치상 기록을 보면 수라상에 절미된장을 증감장으로 올렸다. 여러분도 정조의 마음으로 부모님께 절미 된장조치를 만들어 대접해 보는 건 어떨는지~ ^^
이번 칼럼의 주제를 생각하고 글을 쓰던 도중에 내가 속한 모임에서 여행을 가게 됐다. 모임의 이름은 ‘뒤박당’. 조선시대 고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등장하는 박죽을 먹다가 결성돼 뒤박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이며 무형문화재인 한복려 원장님을 필두로 한 이 모임으로 음식과 문화를 좋아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속해 있다. (인원은 많지 않지만^^) 여하튼, 여수와 남해의 음식기행에 한복려 원장님이 동행을 했다. 이 글도 지금 여수행 기차에서 쓰고 있다. 궁중 음식인 절미된장조치에 대한 칼럼을 쓰는데 궁중음식 무형문화재이신 분과 여행을 가다니~! 와우!!! 얼마나 절묘한 찬스이며 행운인가? 이 찬스를 놓칠 새라 옆에 계신 원장님께 쓰고 있던 칼럼을 들이밀었다. 검수를 부탁드렸더니 모자란 부분을 정성으로 채워 주셨다. 역시, 사람은 복 중에 가장 큰 복인 인복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새삼 느끼며 한복려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절미 된장조치
재료: 소고기(갈비살) 100g, 두부 80g, 말린 표고 2장, 풋고추 2개, 홍고추 1개, 대파 1/2개, 된장(간이 세지 않은 것) 2 큰 술, 참기름, 쌀뜨물 2컵(400ml), 국 간장, 다진 마늘 1 작은 술, 후추
● 조리법
1. 말린 표고를 씻어서 쌀뜨물에 불린다.
2. 소고기를 잘게 썰어 국 간장 1 작은 술, 다진 마늘 1 작은 술, 참기름, 후추를 넣고 버무린다.
3. 두부는 주사위 크기로 썰고 불린 표고를 채 썬다. (버섯 불린 쌀뜨물은 절대 버리지 말 것)
4. 뚝배기에 참기름 살짝 두르고 양념한 소고기와 채 썬 표고를 넣고 볶다가 된장 2 큰 술을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5. 4에 버섯 불린 쌀뜨물 1컵을 붓는다. 된장을 잘 풀면서 쌀뜨물 1컵을 더 부어 끓인다.
6. 끓기 시작하면 두부를 넣고 약 불로 줄여 자작해질 때까지 15~20분 정도 끓인다.
7. 고추와 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더 끓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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