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64) 대한야구협회장은 지난 10일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모두 발언에서 “(야구)협회에 산적한 일들이 많아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단선으로 치러진 제8대 회장은 박영순 현 회장이 총 25표 가운데 22표를 받아 추대됐다.
박 회장은 지난주 전국야구연합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전후로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생활체육회 전국야구연합회장 추대와 관련하여 드리는 글’로 시작된 첫 번째 메시지를 요약하면 “지난 3월 체육단체통합법 발효에 따라 내년 3월이면 생활체육야구연합회와 대한야구협회가 법에 따라 반드시 통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고민 끝에 야구연합회장단들의 요청에 따라 단독 추대가 이뤄진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히 단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만약 추대가 아니고 경선이 되면 참여하지 않겠습니다.”그러나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며칠 후 비슷한 내용의 두 번째 메시지를 발송했고 선거 이틀 전 다시 “조기에 단체 통합이 성사되면 문체부에서도 통큰 예산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라는 말로 공약을 내건 뒤 “하지만 선거 1시간 전까지 합의 추대가 되지 않으면 경선에 임하지 않고 깨끗하게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의 후보 등록 때부터 우려와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대한야구협회는 전직 간부들과의 고소ㆍ고발 건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좌초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게다가 박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향한 돌출 발언으로 야구계에서도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박 회장은 최근 주말리그 경기가 열린 장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KBO와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야구발전을 위해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했다. “야구협회가 KBO에 꿇릴 게 없다”는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독자 경영방침을 천명했던 그가 굳이 수습하려 했다면 발언의 실수를 인정하고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 옳지 “그게 그런 의미였다”는 견강부회식 해명은 더욱 논란을 키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 대한야구협회장으로 선출된 지 불과 한달 만에 또 다른 야구단체의 수장으로 나서려 했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의 ‘추대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운동 기간에도 그는 대의원들에게 추대가 아니면 사퇴하겠다는 말을 남발하다가 김종업 실무 부회장과 경선 끝에 10대9, 한 표차로 선출됐다. 그는 당선 직후 패거리 운운하며“진작 추대했으면 좋았을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엔 박 회장이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선거 1시간 전까지도 판세는 변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야구협회에 산적한 일들이 많다”는 사퇴의 변은 군색한 변명이기에 앞서 야구협회의 신임 수장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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