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랭이(시추·수컷)입니다. 지난해 3월 9일 경기 고양 고봉산 정상 컨테이너 옆에서 소금포대에 쌓인 채 발견되었지요. 등산을 하던 시민이 소금포대 안에 뭔가 살아있다고 시보호소에 신고를 한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는데 얼마나 거기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시 보호소에서 10일간의 보호가 끝나고 전 동물자유연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눈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고 또 나이도 최소 열세 살 이상으로 추정되면서 입양을 하겠다는 가족이 나타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눈 수술도 받았지만 검사 결과 심장도 좋지 않아 구조된 이후 심장약도 계속 먹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도 많고 병이 들고 해서 버림을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당시 얼마 못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진단 아래 ‘남은 생 사랑 듬뿍 받아 당당하게 호통치는 호랭이 할배가 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랭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그 덕분인지 1년이 넘었지만 오히려 활기차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 배변도 잘 가리고 짖지도 않고요, 보호소에서는 날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한 사람만 찜(?)해서 그 사람만 졸졸 쫓아다니기 때문에 ‘귀여운 스토커’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쓰다듬을 때 깜짝 놀라긴 하지만 이제는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건 줄 잘 알아요.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밥도 잘 먹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많이 아팠다 보니 정기검진, 약값만 한 달에 최소 30만원 넘게 듭니다.
남은 생을 따뜻한 가정에서 보내고 싶지만 저를 입양할 가족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1대1 결연을 맺어 대부모가 되실 수는 있어요. 후원도 해주시고 또 보호소에 직접 저를 보러 오실 수도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당장 저희를 데려갈 수 없다고 해도 저희를 응원해줄 대부모님들 어디 안 계신가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입양 또는 1대1결연 문의: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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