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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포대에 싸여 야산에 버려진 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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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포대에 싸여 야산에 버려진 랭이

입력
2015.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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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이는 눈 상태가 좋지 않아 구조되자마자 눈 수술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6-12(한국일보)
랭이는 눈 상태가 좋지 않아 구조되자마자 눈 수술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6-12(한국일보)

저는 랭이(시추·수컷)입니다. 지난해 3월 9일 경기 고양 고봉산 정상 컨테이너 옆에서 소금포대에 쌓인 채 발견되었지요. 등산을 하던 시민이 소금포대 안에 뭔가 살아있다고 시보호소에 신고를 한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는데 얼마나 거기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경기 일산 고봉산 정상에서 소금 포대에 싸인 채 발견됐던 당시 랭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일산 고봉산 정상에서 소금 포대에 싸인 채 발견됐던 당시 랭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시 보호소에서 10일간의 보호가 끝나고 전 동물자유연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눈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고 또 나이도 최소 열세 살 이상으로 추정되면서 입양을 하겠다는 가족이 나타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눈 수술도 받았지만 검사 결과 심장도 좋지 않아 구조된 이후 심장약도 계속 먹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도 많고 병이 들고 해서 버림을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당시 얼마 못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진단 아래 ‘남은 생 사랑 듬뿍 받아 당당하게 호통치는 호랭이 할배가 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랭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그 덕분인지 1년이 넘었지만 오히려 활기차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구조 당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눈도 맑아지고 밥도 잘먹는 랭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눈도 맑아지고 밥도 잘먹는 랭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전 배변도 잘 가리고 짖지도 않고요, 보호소에서는 날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한 사람만 찜(?)해서 그 사람만 졸졸 쫓아다니기 때문에 ‘귀여운 스토커’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쓰다듬을 때 깜짝 놀라긴 하지만 이제는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건 줄 잘 알아요.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밥도 잘 먹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많이 아팠다 보니 정기검진, 약값만 한 달에 최소 30만원 넘게 듭니다.

남은 생을 따뜻한 가정에서 보내고 싶지만 저를 입양할 가족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1대1 결연을 맺어 대부모가 되실 수는 있어요. 후원도 해주시고 또 보호소에 직접 저를 보러 오실 수도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당장 저희를 데려갈 수 없다고 해도 저희를 응원해줄 대부모님들 어디 안 계신가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입양 또는 1대1결연 문의: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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