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2015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공개 토론회’에서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을 6대 4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비중이 5대 5임을 감안한다면 교육부의 시안은 근현대사 교육의 축소 또는 후퇴를 의미한다. 전근대란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근현대란 흥선대원군 집권 이후 현재까지를 말한다. 시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2018년에 고교 입학하는 학생들은 전근대사 중심으로 서술된 한국사 교과서를 만나게 된다. 교육부가 내세운 명분은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과 국가ㆍ사회적인 요구, 그리고 현장의 요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의 우리 고대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의 고대사를 포함해 전근대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중국의 동북공정이 우리 고대사를 왜곡한 것은 맞다. 그러나 임나일본부설은 일제가 한국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19세기 말에 개발한 식민사학의 결과물이며, 동북공정은 2002년부터 진행된 중국의 역사왜곡이다.
주변국의 역사 왜곡은 우리 고대사 교육이 잘못되었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고대사 지식이 풍부해지면 주변국의 고대사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것이 될까? 현장교사가 볼 때 주변국이 근현대 시기에 왜 고대사를 왜곡했는지 차분하게 따져보는 공부가 더 합리적이다.
주변국이 자국의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하는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 근현대사를 필수로 하고 있고, 일본은 학생들의 근현대사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본사를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 나아가 근현대사 과목을 신설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근현대사 비율을 축소한다고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밝힌 국가 사회적인 요구란 것도 모호하다. 학생들에게 근현대사 비중을 줄여 가르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는 논의나 합의가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진행한 ‘역사교과서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교사의 81.9%가 근현대사 비율을 현행처럼 5대 5로 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교사들의 의견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교육부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을 4대 6정도로 하겠다고 발표해야 상식인데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전근대사 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겨우 150년에 해당하는 역사를 자세히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꺼리는 근현대 150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시기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적 접근, 근대화를 위한 노력과 좌절, 일제의 국권 침탈과 식민통치,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을 위한 노력, 광복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의 역사이다.
학생들은 현재와 맞닿아 있는 근현대사 학습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주역으로 성장한다. 근현대사 공부를 통해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의 생생한 기억을 만나기에 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교실에서 근현대 단원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눈이 제일 초롱초롱하다는 사실을 교육 당국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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