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한국이 인식하는 통일단계는 비현실적”
한국에서 현재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남북통일을 위한 단계들이 비현실적이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통일을 위한 접근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가 제안했다.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그레고리 톨로라야 박사는 11일(현지시간)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비핵화-화해-국제적 분위기 조성이라는 단계들을 포함한 현재 한국의 일반적인 통일 전망에 대한 시각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톨로라야 박사는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1990년대보다 낮다”며 “북한 정권이 평화롭게 해체되고 경쟁자(한국)가 이를 신사적으로 인수할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체계를 고립된 가족 독재체제라기보다 유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이뤄진 귀족정치체제 또는 특권계층지배체제로 봐야 한다”며 “김씨 왕조가 무너진다 해도 체제 전체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분단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톨로라야 박사는 한국에서 제시하는 현재의 통일정책에 대해 러시아 전문가들이 “무성의하며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국이 먼저 나서서 지정학적 현실과 북한 정권의 재생 능력을 인식하고,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을 바꾼 다음 그 접근법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해야 한다”고 톨로라야 박사는 제의했다.
이어 그는 “대북 제재의 해제는 이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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