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90ㆍ98ㆍ115번째 환자
'슈퍼 전파자' 후보 꼽아 장기화 우려
서울 양천구‘메디힐병원’과 대전 ‘을지대병원’, 경남 ‘창원SK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이 밝혔다. 2차 진원지이자 최다 감염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 발 확산은 이번 주말 진정된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3차 예상 진원지를 공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국회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로운 ‘슈퍼 전파자’후보로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90ㆍ98ㆍ115번 환자를 꼽으며, 이들이 확진 전까지 머문 메디힐병원 등 3곳이 ‘3차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은 98번 환자(58)를 이달 4~8일까지 무방비로 외래ㆍ응급실 진료, 입원치료를 한 병원이다. 98번 환자는 폐렴 증상이 악화돼 8일 구급차에 실려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진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98번 환자와 2m 이내 밀접 접촉한 257명은 자택격리 등의 조치를 받고 있으며, 서울시는 23일까지 메디힐병원을 격리 조치한다고 밝혔다.
대전 을지대병원은 90번 환자(62ㆍ사망)가 이달 6일 응급실에서 기도 삽관(기도 확보를 위한 관 삽입) 시술을 받은 곳이다. 감염내과 교수들은 메르스는 일반적으로 2m 내 땅바닥에 떨어지는 비말(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감염되지만 기도삽관 등 시술시 비말보다 가벼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미세 수분 입자)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나온 90번 환자는 이날 중환자실로 옮겨져 약 30명과 함께 머물렀고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9일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을 ‘코호트’(감염발생 병동을 폐쇄해 안에서 노출자 진료)했다고 밝혔다. 90번 환자는 이미 을지대병원 입원 3일 전부터 고열이 나 충북 옥천제일의원에 갔다가 호흡 곤란으로 옥천 성모병원을 거쳐 을지대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간 정보공유가 안 된 만큼 앞으로 추가 감염자가 속출할 수 있다.
창원SK병원은 115번 환자(77ㆍ여)가 이달 5~10일까지 6일간 입원한 곳이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진료로 감염된 이 여성은 10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경남 창원힘찬병원과 가족보건의원에서 외래 치료를 받고, 창원SK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 여성이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접촉한 의료진과 병원 환자는 549명이다. 창원SK병원은 입원환자 38명과 일부 의료진만 남겨두고 출입을 통제하고, 여성이 퇴원한 10일을 기준으로 최대 잠복기(2주)가 끝나는 이달 24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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