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보는 세상] 동물복지농장 가보니

국내 1호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충북 음성군 동일농장의 대형 실내 산란장.

9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있는 동물복지농장인 동일농장. 방역복을 입고 1,130㎡ 면적의 한 실내사육장에 들어서자 자유롭게 움직이는 산란계(알 낳는 닭)들을 볼 수 있었다. 횃대에 올라 날갯짓하거나, 25㎝ 간격으로 설치된 급수기에 부리를 대고 물을 마시고, 톱밥이 깔린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수탉과의 교미를 준비하는 암탉까지 다양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산란장에서 사육되는 8,600마리 닭은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15대 1이다.

자연에서 닭은 외부 위험을 피하거나 쉬기 위해 횃대에 오르고, 살균과 가려움 해소 목적으로 모래찜질을 한다. 어둡고 아늑한 곳을 찾아 알을 낳는데, 홍기훈 동일농장 대표는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이 동물복지농장”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7월 국내 처음으로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동일농장에선 현재 7만8,000여 마리의 닭이 하루에 1,500~2,000판(달걀 30구가 1판)의 달걀을 생산한다.

사육환경은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과 확실히 달랐다. 닭 1마리당 허락된 공간이 3배 가까이 넓다. 다른 닭을 쪼아 죽이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을 막기 위해 부리의 일부를 자르거나,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수면시간을 줄이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곳의 닭들은 온전한 부리로 무항생제 사료를 먹고, 오후 9시부터 다음달 오전 5시까지 8시간 수면이 보장된다.

홍기훈 대표는 “건강한 사육환경에서 생활한 닭이 질 좋은 달걀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3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진은 방사로 키운 닭의 달걀이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의 달걀보다 비타민E는 2배, 오메가3는 2.5배 더 많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도 동물복지농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의 동물복지인증농장은 산란계 58곳, 양돈 2곳뿐이다. 높은 생산단가가 원인이다. 사료섭취량이 배터리 케이지에 있는 닭보다 20% 많지만, 알 낳는데 쏟아야 할 에너지를 활동에 쓰느라 달걀 생산량은 2,3% 떨어진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시설을 갖추고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아도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해 매출 증대로 직접 이어지지 않고, 혜택이나 정부 지원도 거의 없기 때문”(홍기훈 대표)이다.

송준익 천안연암대 축산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라면 동물복지인증 축산물 비율(2013년 기준 1%)을 내년 4%, 2019년까지 8%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성 글ㆍ사진=변태섭기자 libertas@ha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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