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만5000곳 중 131곳만 "휴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중ㆍ고등학생 대상 A 수학학원은 기말고사를 맞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학원의 부원장은 “초등학생 대상 학원은 학교 휴업을 따라 휴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험을 앞둔 중고생 대상 학원은 그러기 어렵다”면서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혹시 열이 나는 학생이 있으면 즉시 귀가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들의 휴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학원ㆍPC방을 전전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여전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교육지원청에 휴원을 했다고 보고한 학원은 서울시내 2만5,000여곳 중 131곳이다. 학원들의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닌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교육청이 휴원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에 비해 호응도가 많이 떨어지는 셈이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자녀를 집에만 두기 어려운 데다 휴원에 대한 학원들의 부담, 교육 당국의 행정력 부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초등학교 5,6학년 자녀를 둔 경기 성남의 박선희(40ㆍ가명)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학교가 월ㆍ화ㆍ수요일 휴업했지만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어 오후에는 학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A 수학학원의 경우에도 메르스 파동 이후 재원생 500여명 중 부모의 재량으로 학원을 빠진 학생은 1~2명에 불과하다. 한국학원총연합 관계자는 “6월은 기말고사가 있는 기간이고, 휴원을 하면 수강료를 돌려달라고 하는 학부모들도 있어 학원들이 쉽게 휴원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휴업을 맞은 학생들이 찾는 학원이나 PC방들이 감염예방에 무신경하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대치동학원가 인근의 한 PC방의 경우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던 학생 10여명과 성인 손님들 중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시교육청이 9일 서울시와 사단법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PC방 내 손 소독제 비치, 이용자 마스크 착용 권장 등을 요청했지만 이 PC방에는 소용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생 박모(22)씨는 “사장님으로부터 손 소독제 비치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중1 자녀를 둔 강남의 김선영(44ㆍ가명)씨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시켜 학원에 보냈는데, 착용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고 해 놀랐다”며 “최소한 학원에서 학부모들에 마스크 착용 권고, 손 씻기 등 생활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업하는 학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휴업 학교는 2,431곳으로 전날 2,704곳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서울 425곳, 대전 41곳, 경기 1,755곳, 강원 15곳, 충북 47곳 충남 72곳, 전북 73곳, 경북 2곳 등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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