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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만루포

입력
2015.06.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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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과 인연 1군된 신성현

일본→고양원더스→한화 육성선수

오랜 시간 무명 설움 한 방에 날려

지난달 26일 한화 외야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심 타선에서 빼어난 활약을 하던 김경언이 대전 KIA전에서 투구에 종아리를 강타당했다. 8주 진단의 중상이었다. 앞서 새 외국인 타자 폭스가 5월23일 수원 kt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졌다. 당장 2군에서 외야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선수가 없었다. 다들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25타수 12안타 타율 4할8푼을 치는 신성현(25)이 김성근 한화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아무리 2군이라고 해도 홈런 2방에 2루타 3개, 3루타 1개 등 장타율이 무려 9할2푼이었다. 문제는 그의 신분이었다. 육성 선수였기에 그를 정식 선수로 등록하면 누군가 팀을 떠나야 했다. 한화는 등록선수 65명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었고, 결국 2군 야수조 최고참 추승우(36)가 불가피하게 웨이버 공시됐다. 신성현은 선배 추승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1군에서 성공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 신성현은 프로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그는 0-1로 뒤진 4회초 무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차우찬의 시속 146㎞짜리 직구를 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에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건 이번이 15번째. 이종도(MBC)가 원년인 1982년 3월27일 첫 번째 역사를 썼고, 가장 최근으론 LG 백창수가 지난해 6월15일 SK전에서 임경완으로부터 생애 첫 홈런이자 그랜드슬램을 폭발했다.

신성현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수영을 하다가 야구를 시작했다. 서울 덕수중에서 투수 겸 내야수로 활약했고, 졸업 후 일본 교토 국제고로 진학해 야구를 배웠다. 파워가 뛰어난 그는 알루미늄 방망이로 비거리 150m짜리 초대형 홈런을 때려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고교시절 때린 홈런 개수는 30개였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는 밟지 못했다. 2009 신인지명에서 히로시마에 4라운드 지명됐지만 5년의 세월을 2군에서만 보냈다. 당시 히로시마는 그에게 2,000만 엔의 계약금을 건네며 높은 기대를 했지만,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방출 통보를 했다. 보이지 않는 차별 대우가 있었고 1군의 벽도 그만큼 높았다.

신성현은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작년 6월 고려대와 연습경기 중 십자 인대 부상을 당하는 불운이 있었지만,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이날 나온 그랜드슬램은 긴 부진과 부상을 딛고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게 준 선물과도 같았다.

신성현은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해 빠른 직구만 노리고 있었다. 넘어가나 했는데 진짜로 넘어갔다”며 “힘은 자신 있지만, 아직 공을 맞히는 재주는 없다. 최선을 다해 1군에서 오래도록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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