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 산업혁명 당시 땀을 나게 만드는 스웨터(sweater)는 ‘(노동자의)땀을 쥐어짜는 업주’의 의미로도 쓰였다. 1세기쯤 지난 뒤 ‘인간스웨터’로부터 노동약자를 보호하자는 운동이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됐다. ‘땀을 짜내려면 최소한의 의식주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에 관한 법안이 만들어졌다. 호주에 이어 뉴질랜드 미국 영국으로 확산됐고, 국제노동기구(ILO)는 1928년 6월 제네바 제11차 총회에서 최저임금결정제도 협약을 채택했다.
▦그제 ILO 제104차 총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국제적으로 공언했다. 지난달 19일 미국 LA 시의회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현행 9달러에서 15달러(약 1만6,000원)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는 각각 2018년, 2021년까지 15달러에 맞추기로 했다. 미국 연방최저임금은 현재 7.2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시간당 8.5유로(약 1만6,500원)라고 한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노조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독일이 이제서야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은 통일 이후 수년 동안 노조조직률이 현저하게 떨어져 노동자 7명 중 1명꼴로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현실 때문이었다. EU 28개국 가운데 스위스 덴마크 등 6개국은 여전히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그들은 노동자의 70% 이상이 노조에 가입돼 있어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최소생계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애초 불필요했다는 이야기다.
▦한국 근로자의 노조조직률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 가운데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대형 노조가 72.8%를 차지하고, 50명 미만 소규모 노조의 조합원 수는 2.4%에 불과하다. 1,800만 노동자의 90% 이상이 최저임금제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월급(주 40시간 기준. 기본급)으로 계산하면 1,166,220원이다. 지난 4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구성됐고, 8월쯤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예정이다. 장관의 ‘제네바 약속’을 지켜봐야겠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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