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아무리 기다려도, 기회를 줘도 그대로였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2군행이다.
SK 유격수 김성현(28)이 11일 인천 NC전에 앞서 2군으로 내려갔다.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반복하며 자신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김용희(60) SK 감독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야수 홍명찬도 함께 내려갔고 대신 김연훈과 박철우가 올라왔다. 올 시즌 리그 최다 실책 1위 꼬리표를 달고 있었던 김성현은 수비가 안 되니까 공격마저 안 풀렸다.
김용희 감독은 김성현을 반드시 써야 할 선수로 보고 반등을 기다렸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베테랑 박진만(39)을 선발 유격수로 내보내며 잠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4일 kt전부터 다시 선발 라인업에 김성현을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아질 기미는 없었다. 이후 6경기에서 실책은 4개를 더 추가해 총 16개를 기록했다. 방망이 또한 18타수 3안타(타율 0.167)에 그쳤다. 특히 10일 NC전 패배는 김성현의 부진이 더욱 뼈아팠다. SK는 1-4로 끌려가던 4회 1사 만루에서 정상호가 1타점 적시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성현은 헛스윙 삼진으로 흐름을 딱 끊었다. 후속 타자 이명기마저 투수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어이 없는 장면이 나왔다. 2-6으로 뒤진 8회 1사 2ㆍ3루에서 상대 조영훈의 좌익수 뜬공 때 김성현은 중계 플레이 중 홈으로 '홈런 송구'를 했다. 3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2루 주자도 3루에 안착했다. 결국 SK는 2-7로 져 승률 5할(28승1무28패)로 떨어졌다.
김용희 감독은 경기 후 "벤치의 판단 미스"라고 짧게 총평했다. 판단 미스라고 인정한 부분 가운데 한 장면은 4회 1사 만루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상대 사이드암 이태양이 흔들릴 때 대타를 내지 않고 김성현을 밀어붙였다. SK에는 사이드암에 강한 왼손 박재상, 조동화가 있었지만 대타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김 감독의 김성현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진만이라는 훌륭한 대체 자원이 있지만 김 감독은 외면했다. 박진만은 지난달 선발로 7경기를 나가는 동안 타율 0.286,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실책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4일 kt전을 시작으로 김성현을 계속 선발로 내보냈다. 안 좋은 상황에서 자꾸 나가고 실책은 반복되니 선수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10일 경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뒤 김성현은 시무룩한 얼굴로 코치실에 들어가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2군행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K 김성현.
인천=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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