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동훈 3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3 1국에 비해 바둑이 무척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30여수밖에 안 뒀는데 벌써 오전 대국이 끝나고 각자 점심식사 후 오후 대국이 시작됐다. 우하귀를 확실히 지키면서 우변 백돌에 대한 공격을 노리려는 뜻으로 한 수의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세돌의 평소 기풍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침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여섯 집 반의 덤을 지불해야 하는 흑으로서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둘 수만은 없다. 이동훈이 2부터 6까지 중앙을 두텁게 만들자 이세돌이 드디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가볍게 7, 8을 선수 활용한 다음 9로 모자 씌운 게 일단 이세돌답다. 이때 백이 참고1도 1로 밭전자 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건 오히려 흑이 바라는 바다. 2, 4로 꾹꾹 눌러 막아서 중앙이 엄청 두터워진다.
백의 응수가 쉽지 않아 보였는데 이 장면에서 이동훈의 멋진 반격이 터져나왔다. 10이 한 눈에 보기에도 날카로운 급소 일격이다. 이젠 반대로 흑의 다음 수가 어렵다. 참고2도 1로 연결하는 건 너무 굴욕적이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응수 방법도 없다. 이세돌이 한 방 맞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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