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수교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조장하는 이른바 ‘혐한’(嫌韓) 강연회가 추진되고 있다.
11일 교도통신의 보도와 우익 성향의 단체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안내문 내용을 종합하면 이달 21일 일본 오사카부립(大阪府立)노동센터(일명 ‘엘 오사카’)에서는 ‘공연외설 5.1배의 민족과의 공생을 강제(하는)사회에서 부녀자를 어떻게 지킬까’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예정돼 있다. 강연 안내문에는 “현재 한국은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불법 점거, 침략하고 있어 일한 관계는 ‘전쟁 중’이다” “자위대가 서울을 공중 폭격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그 경우 선전 포고도 필요 없다”는 도발적인 주장이 담겨 있다.
또 “재일 조선인의 23%가 오사카에 거주하는 가운데 오사카의 날치기가 15년 연속 전국 1위, ‘강제외설’(성범죄의 일종)도 5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실정이 존재한다”며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연회장이 좁아서인지 참석자 정원이 18명으로 돼 있으나 주최 측은 경우에 따라서는 강연을 촬영하거나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6월 21일은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방침을 담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의 서명 50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며 우익세력이 이처럼 상징적인 날을 겨냥해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선동하는 행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에 거점을 둔 시민단체인 코리아NGO센터 측은 행사장 사용을 신청한 것이 일본에서 혐한 시위를 주도하는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전직 간부인 것으로 파악했다. 코리아NGO센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21일 추진되는 행사가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선동할 우려가 있다면 강연장 사용을 취소해달라고 오사카부(大阪府)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오사카부 인권옹호과는 인종차별적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하지만 사용승인을 취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를 낳을 수 있고 이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서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주최 측은 강연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오사카(大阪)시에 있는 JR 쓰루하시(鶴橋)역 앞에서 거리연설을 하겠다고 예고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일본에서 우익 세력의 혐한 시위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일 수교 50주년을 바로 앞두고 노골적으로 한국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추진하는 것은 양쪽 국민의 서로에 대한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시 의회는 10일 일본 정부가 헤이트 스피치를 근절하도록 관련 법 정비를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 의회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제안한 헤이트 스피치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조례안 등에 대해서는 의결하지 않았으며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
강주형기자 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