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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족ㆍ문병객 감염 속출에 '보호자 없는 병원' 대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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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족ㆍ문병객 감염 속출에 '보호자 없는 병원' 대안 부상

입력
2015.06.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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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양상이 바뀌고 있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집중 감염되던 것이 이제는 10여 개 병원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가장 큰 이유가 입원 환자를 직접 방문해 위로하는 우리의 문병문화에서 찾고 있다. 환자 가족, 내방객들이 병원 간 메르스 전파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으로선 환자와 달리 동선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08번 환자(32ㆍ여)가 대표적이다. 이 여성은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경유한 15번 환자(35) 건너편 병실에서 폐렴으로 입원한 아버지를 간병하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15번 환자가 이 병원에 입원한 날은 지난달 27일 정오 무렵이다. 그는 이틀 후인 29일 저녁 7시 의심환자로 분리돼 격리병동으로 이동 조치됐고, 다음날 아버지와 함께 퇴원했다. 단 이틀 만에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처럼 문병객과 간병인들이 3차 감염자가 되거나 전파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2013년 도입된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입원실을 5,6인실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병원 내 대규모 감염사태를 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간호서비스는 병원에서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면허를 받은 간호사가 직접, 양질의 간호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주치의 결정에 따라 포괄간호서비스 입원과 관련한 설명을 들은 후 환자와 보호자가 동의하면 입원할 수 있다. 현재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전국적으로 33개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포괄간호서비스병동에서 만난 임경혜(47ㆍ여)씨는 “남편은 직장에 나가야 하고, 중학교 1학년 딸도 학교에 다녀 병원 입원 시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면서 “올 3월에 당뇨합병증으로 입원했는데 남편과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난리인데 오히려 이곳이 더 안전한 것 같다”고 안도하기도 했다.

일산병원은 간호인력 255명(간호사 215ㆍ간조무사 40명)을 투입, 병원 746병상 중 342병상을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들의 출입이 없어 병실위생, 환경 등이 일반병동보다 훨씬 쾌적해 보였다. 병원에서는 내년에 정신과 병동을 제외한 전 병동을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으로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문제로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2년째 포괄간호서비스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진주 간호사는 “후진국 수준의 문병 문화도 개선하고, 메르스처럼 대규모 감염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산=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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