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ㆍ유족이 발병 병원 머물렀다고
장례식장들 "시신 못 받겠다" 거부
3차례나 퇴짜 후 어렵게 빈소 마련
평택성모병원 입원했던 확진 환자
삼성서울병원서 진료 거부해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병원과 장례식장들이 환자와 망자를 거부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돈 벌이에 급급한 일부 기관들의 씁쓸한 행태에 해당 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다.
10일 오전 5시20분쯤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내(55)를 떠나 보낸 서모(58)씨는 오전 11시30분쯤 경기 화성의 A장례센터에 빈소를 차리기까지 4~5시간을 망자를 실은 사설 구급차를 타고 길에서 헤매야 했다.
전날 화성 B장례식장 등 3곳에서 퇴짜를 맞은 뒤에야 힘들게 예약한 C장례식장마저 갑작스레 ‘시신을 받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고인과 유가족이 메르스 발병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다는 게 이유였다.
서씨의 아내는 평소 지병이 악화해 지난달 28일 오전 3시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인‘14번 환자’가 같은 달 26~27일 이곳 응급실에서 머물다 떠난 후였다. 이 때문에 서씨의 아내도 격리병동으로 옮겨져 메르스 검체 검사를 했고 다행히‘음성’판정을 받았다. 간병하던 서씨와 병문안을 왔던 아들 두 명도 의심증세는 없었다.
하지만 메르스는 고인이 된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도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게 했다. 장례식장들은 메르스 감염 가능성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고인을 거부했다. 그나마 빈소를 내주기로 했던 C장례식장 측도 운구 도중 전화를 해와‘시신을 비닐 진공 팩에 넣고 있어야 하고, 염을 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구급차에 아내의 시신을 싣고 도로 한복판에 멈춰선 서씨는 결국 대한장례인협회와 한국노년복지연합 등에 도움을 요청했고 협회의 협력 장례식장인 A장례센터에 어렵사리 빈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서씨는 “손님이 줄까 걱정한 장례식장들이 거절하는데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가더라”며 “개인적으로 알아봤으면 아마 빈소를 영영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서씨의 아내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거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안성시에 따르면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모(54ㆍ여)씨는 지난달 31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퇴짜를 맞았다. 이씨는 빈혈 등의 증상으로 지난달 23~29일 메르스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이를 확인한 삼성서울병원이 이씨를 그대로 되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이씨는 평택 D병원과 안성 E병원을 다니다 현재는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안성시는 평택 D병원 등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 방문객을 수소문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접근이 어려워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부산시 동래구의 한 병원도 진료 거부 의혹을 받았다. 이 병원은 지난 4일 입구에 ‘우리 병원은 메르스 관련 진단ㆍ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벨을 누르신 후, 들어오지 마시고 대기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내걸었다가 비난이 일자 9일 오후 6시30분쯤 문구를 일부 수정했다.
병원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메르스 증상환자가 벨을 누르고 대기하면 의료진이 나와 진료를 실시한다는 의미였다”고 사과했다.
의료법 등은 진료 요청이 있을 때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면허ㆍ자격 정지, 취소 등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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