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커지는 현실과 괴리" 지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일일 확진자가 하루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는데도 여당 지도부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해 눈총을 샀다. 과도한 불안을 차단하는 의도라 해도 대형병원에서 3차 감염자가 잇따라 나와 우려가 커지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확진 환자가 점점 줄어들고 격리에서 해제된 분들은 점점 늘고 있다”며 “이 추세로 가면 확실히 진정 국면에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진 환자도 병원 내 감염으로 국한돼 있고 병원 밖 감염은 한 분도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자 격리만 잘 이뤄지면 메르스는 확실히 진압된다고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메르스 사태는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문제는 과다하게 확산된 공포를 빨리 씻어내는 일”이라고 밝혔다.
병원 내 감염 확산 속도가 꺾이지 않고 ‘임신부 메르스 확진 논란’이 커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우려하는 민심과 역행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메르스) 과잉 대응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경제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갖고 온다”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의 이런 인식은 감염병은 한 발 앞서 선제적으로 방역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셈이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아직도 컨트롤 타워 혼선이 있다”며 “증가세가 둔화됐다 해도 확진 환자수는 증가하기 때문에 (진정됐다는 언급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지도부의 무리한 ‘구두 방역’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서도 여권에서 잠시 혼선이 빚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 회의 직후 “회의에서 예정대로 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많아 그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여당 지도부에 통보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당청 갈등설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논란 끝에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한 만큼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데 온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는 환영 논평을 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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