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에 전념
출국 나흘 前 일정 조정 이례적
한미, 빠른 시기로 재조정 합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미국 공식방문 일정을 10일 전격 연기했다.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 속에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확산을 우려하는 민심을 달래고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교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아직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은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경제 지평을 넓히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고 순방 외교를 해 왔다”며 “그러나 국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국내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국민 안전 위한 방미 연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고 우방국인 미국과 올 초부터 준비해 온 외교 일정 전체를 출국 나흘 전에 연기한 것은 이례적 조치다. 박 대통령은 당초 14일 출국해 닷새 간 워싱턴DC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16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단독 정상회담이 잡혀 있었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밀월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과 체제불안정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중대한 시점이어서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는 일정을 축소해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만 갖고 귀국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메르스의 실질적 위험 정도와 상관 없이 자리를 지키며 국민 안전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메르스 공포가 번지는 와중에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번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와 정책 혼선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 속에 외교 일정을 연기한 만큼 한미 관계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설명했다. 김 수석은 “사전에 미국 측에 이해를 구했으며 향후 한미 간에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방미를 연기해야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미국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미국 방문이 연기됐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미국 측과 이번 방미의 주요 안건인 한반도 정세관리ㆍ동북아 외교안보 환경변화 대응ㆍ경제협력ㆍ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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