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뒤끝뉴스] 조국 앞세운 '새정치 드림팀' 떴다는데…

입력
2015.06.10 19:08
0 0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혁신위원 선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혁신위원 선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을 좌우할 10인의 혁신위원 이름이 10일 깜짝 발표됐습니다. 원래 이 명단은 11일 오전에 공개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언론에 확인되지 않은 혁신의원 이름들이 자꾸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정을 당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을 놓고 처음부터‘국회 밖 인사 6인+국회 안 인사 4인’으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혁신위원회 의자 10개의 주인을 찾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주류-비주류, 호남-비호남 등 4ㆍ29 재보선을 전후로 그 동안 얽히고 섥혀 있던 당내 복잡한 갈등 구조가 도드라진데다, 당내에 ‘그 동안 혁신위가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며 혁신위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사람 한 명 뽑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직자 1인,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단체장 1인, 원외위원장 1인은 각 협의회에 복수로 후보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지방에 계신 한 분 빼고는 모두 직접 만나 봤다”며 “추천 인사 중 유력 후보는 직접 ‘면접’을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뽑힌 10명 중 단연 화제의 인물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그 동안 수 없이 많은 러브콜을 받고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했던 조 교수는 혁신위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혁신위원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본인이 ‘기회가 오면 뭔가 해보겠다’는 식으로 ‘여의도(기성 정치권)와 거리 두기’ 입장의 변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조국의 여의도 입성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이날 혁신위원을 소개하는 김상곤 위원장도 “이 분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아실 겁니다. 누구보다 우리 새정치연합의 혁신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길게 소개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짧게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명단 발표 직후 조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혁신위 관련해서 그 어떤 글도 쓰지 않겠습니다’며 ‘절필 선언’까지 했습니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에도 ‘혁신위 건으로 일체 개인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해해주십시오’라는 답을 보냈습니다. 당내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워낙 예민하다 보니 미리 선을 긋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됩니다. 특히 조 교수는 앞서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을 비롯, ▦도덕적·법적 하자가 있는 인사들의 예외없는 불출마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등 파격적 혁신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당내를 술렁거리게 했습니다. 물론 조국이라는 개인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그 선 긋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2011년 조국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변호사)와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걷고 있는 모습. 김주성기자 poem@hk.co.kr
지난 2011년 조국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변호사)와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걷고 있는 모습. 김주성기자 poem@hk.co.kr

또 다른 화제의 인물은 이동학(33)위원입니다.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소장’이 이력의 전부인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 위원은 사실 당내에서는 4월 치러진 전국청년위원장 선거를 통해 꽤 이름이 알려진 스타입니다.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치기 어린 특이한 친구 정도로 여겨졌던 그는 평당원 출신으로 당시 현장투표에서 '종이당원을 없애자'는 당찬 연설로 정호준 의원, 김광진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전공고 자동차과와 경기대 법대를 나온 그는 생계를 위해 노점상을 하며 1,000원짜리 과일주스와 500원짜리 계란빵을 파는 일도 했습니다. KTV(한국정책방송) 토론 진행 MC 등을 지냈습니다. 그는 각종 정당 행사에서 의자를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치’를 경험해 봤다고 합니다. 다준다연구소는 보험회사, 직원, 교사, 대학원생 등 수 십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SNS에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을 주고 받는 데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소는 잔디밭에서 맥주토크, 찜질방 토크 등 참신함과 재미를 앞세운 다양한 시도를 했고, 여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초청 특강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젊은 세대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동영상 ‘투표송 1219’ 는 조회 수가 10만 건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그가 주도적으로 준비한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전’ 행사에 김상곤 위원장이 도움을 준 인연도 있다고 합니다.

이 위원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실 그 동안 당에서 여러 번 혁신위를 만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청년들은 소외됐다.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보고 몇몇 청년 당원들끼리 별도의 혁신위를 꾸려 젊은 당원들의 당에 대한 고민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김상곤 위원장에게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다음은 이 위원의 말입니다. “혁신위에 청년을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면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만나보라 하셨다고 하셔서 만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의도에서 김 위원장과 독대를 했습니다. 비록 제가 이름도 없는 변변치 않은 젊은이지만 12년 동안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말씀 드렸죠.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우리 당에 대한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당원에 대한 관심도 없고, 제대로 된 소통, 교육도 없으니 당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평상시에는 내버려 뒀다가 무슨 선거 때가 되면 필요가 있는 ‘종이 당원’들이 많다는 점을요. 그리고 당원들이 ‘아. 나는 이 당의 당원임이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당은 전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내 이 위원의 말을 듣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만났다는 얘기는 당분간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 파란을 일으켰던 이준석씨와 비교될 것 같다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이 위원은 “저의 경쟁 상대는 이준석씨가 아닙니다. 우리당의 경쟁 상대는 새누리당이 아닙니다. 그 전에 저의 경쟁 상대는 저이고 우리 당의 경쟁 상대는 바로 우리당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인사인 정채웅(51) 변호사, 임미애(49) 경북 FTA대책 특별위 위원은 ‘86그룹(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입니다. 정 변호사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 지부장으로 활동했고, 김 위원장은 그를 소개하면서 “광주와 호남 민심, 그리고 호남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을 해 주실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호남 민심으로부터 외면 받아 온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에게 큰 숙제인 호남 민심 읽기를 위해서는 정 변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임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의 추천으로 혁신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경북 의성 군의원을 두 차례 지냈습니다. 재야에서는 남편 김현권씨와 함께 '1980년대 운동권 커플'로 유명합니다. 이 밖에 유일한 현역의원인 우원식(58) 의원과 박우섭(60) 인천 남구청장은 재야에 뿌리를 둔 GT(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계의 민평련 소속입니다. 김상곤 위원장 본인이 김 전 장관과 막역한 사이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우원식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을지로위원회 2주년 기념 행사 때 김 위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지켜봤다”며 “우 의원의 영입은 2년 동안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을지로위원회처럼 당의 혁신도 현장에서 시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혁신위 위원 명단 발표를 11일로 정한 이유도 우 의원이 황교안 총리후보자 청문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청문회가 끝난 이후로 배려를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10일 발표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들. 윗줄 왼쪽부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 전화 상임대표, 임미애 경상북도 FTA 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정채웅 변호사. 아랫줄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 이동학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10일 발표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들. 윗줄 왼쪽부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 전화 상임대표, 임미애 경상북도 FTA 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정채웅 변호사. 아랫줄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 이동학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지역위원장 몫인 최인호(49)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입니다. 최태욱(55)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간 통합 당시 안철수 전 공동대표측 몫으로 새정치비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멤버 구성을 보면 상당히 강한 인상을 줍니다. 김 위원장이 ‘투쟁성’을 4대 혁신 방향의 하나로 꼽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 좌표 재설정 과정에서 중도파와 노선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원 11명의 평균나이는 50.8세로, 연령대별로는 ▦30대 2명 ▦40대 2명 ▦50대 5명 ▦60대 2명 등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서울 4명 ▦영남 3명 ▦호남 2명 ▦충청 1명 ▦강원 1명입니다. 혁신위는 12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갑니다. 활동 기간은 대략 100일 정도로 예상됩니다. 김상곤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혁신위가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1이라는 숫자를 보니 축구의 한 팀 선수 숫자와 같습니다. 과연 이들이 ‘드림팀’이 될 지 아님 그 동안 숱하게 봐왔던 ‘그저 그런 팀’이 될지도 궁금해 집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