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3명… 전날보단 소폭 늘어
대책본부, 일단 진정국면 분석에도
대형병원 간 전파 가능성 여전
정부 "병원명 공개해 3차 유행 차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대유행’이 진정국면에 진입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가운데 이번 주말이 메르스 여파를 가늠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발 2차 확산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옮은 사람들의 잠복기가 종료되는 12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10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의 도움 없이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예방 수칙 준수 등을 당부했다.
메르스 확진자는 10일 13명이 추가돼 전날(8명)보다 소폭 증가에 그쳤다. 13명 중 삼성서울병원과 관련된 확진자는 모두 10명이었다. 전날 3명보다는 늘어난 것이나 이는 검사지연 문제여서, 앞으로 그 숫자가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아직 잠복기가 남아 있어 2,3일 정도는 환자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환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평균 잠복기는 6.5일로 집계됐으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보고된 최대 잠복기는 2주다. 전문가들도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 발 최대 잠복기 종료가 12일인 만큼 2차 대유행의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 원로로 구성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메르스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더 이상의 (지역사회) 확산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평택성모병원에서의 1차 대유행이 종식된 데 이어 삼성병원도 마무리 수순이라는 것이다.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다른 병원들의 바이러스 노출 시기는 서울아산병원 5월 26일, 여의도성모병원 5월 27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5월 25일~6월 1일이다. 각각 이달 9일, 10일, 15일로 최대 잠복기가 끝난다. 검사 지연을 고려해도 환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거나 그 숫자가 확연히 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3차 감염자가 다른 병원을 전전한 사례가 여러 건 발생한 만큼 대형병원 간 전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경우 또 다른 메르스 파동이 시작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자 발생이 계속 은폐되고 있다며 2차 메르스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전면적 역학조사를 다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재까지 발생한 환자 모두 병원에서 감염돼, 지역사회 확산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격리대상 밖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그들의 접촉자를 파악하기 힘든 현실은 또 다른 병원 내 유행을 배제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는 3차 대유행 발생을 막기 위해 당초 입장을 바꿔 병원명을 실시간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의심 상황 땐 스스로 격리 후 증세가 나타날 경우 지정된 병원을 이용해 치료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전국 모든 병원의 폐렴환자 4만여명을 대상으로 문제 의료기관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건강보험공단의 접촉자 조회시스템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 시스템(DUR)를 통해 의료기관이 메르스 의심환자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메르스 관련 정보를 일괄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www.mers.go.kr, www.메르스.go.kr)도 열었다.
이날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108명으로 서울삼성병원 외에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한림대동탄병원에서 각각 1명씩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간암 병력의 62세 환자와 다발성 골수종 병력을 75세 환자가 치료 도중 숨져 메르스 사망자도 9명으로 늘었다. 퇴원자는 1명 추가돼 4명이 됐다.
또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후 1차 양성판정을 받았던 만삭 임신부(40)는 이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임신부는 검사 결과가 이날 늦게 나와 정부의 환자 수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부터 역학조사에 들어간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메르스 발병 양상이 빠르게 진행되나 중동의 의료시설에서 발생한 것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메르스 발병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건부 질병예방통제센터장 등 보건당국 대표단도 12일 방한해 우리 당국과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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