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절차에 착수했다. 삼성물산 일부 소액주주들은 보유 중인 약 67만주의 삼성물산 주식의 권리를 엘리엇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이 내부적 근심과 대외적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계열사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모바일 사업도 장기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룹 총수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1년, 초일류 기업 삼성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 美 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제동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지난 9일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 두 회사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다는 것이 이유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까지 엘리엇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까지 회원들이 '주식 위임 결의' 코너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식 권리를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주식은 67만4,619주로 삼성물산 발행주식의 0.43%다. 액수로는 약 506억원이다.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권리를 찾기 위한 이들의 행보가 삼성에게는 부담이다.
삼성물산은 엘리엇과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0일 주가-자산 지표 등의 데이터를 처음으로 제시하며 방어에 나섰다. 주가가 최저점인 시점을 택한 것이 의도적이었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지난 수년간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이를 타계할 방안으로 합병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엇과 소액 주주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 허위광고 신라면세점, 공정위 철퇴 맞고 휘청
삼성그룹의 계열사 신라면세점도 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신라면세점이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신라는 2%의 적립금을 구매 즉시 할인하는 내용을 광고하면서 '신라 인터넷 면세점만의 혜택'이라고 했지만 경쟁사도 같은 혜택을 주고 있었다.
사실 과징금이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신규 면세점 허가다. 관세청은 7월 중 서울시내에 면세점 3곳을 신규 허용한다. 현대아이파크와 동맹을 맺은 신라도 HDC신라면세점을 런칭해 면세점 신규허가에 뛰어들었다. HDC신라면세점을 포함해 대기업군 신규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7개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HDC신라면세점은 가장 확실한 허가 0순위 후보였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의 철퇴로 한방에 무너졌다. HDC신라의 경우 이전까지 철벽방어를 펼쳤지만 이번 건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한마디로 구멍이 뚫린 격이다. 이전의 삼성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엎친데 덮쳤다" 핵심 사업 'IT·모바일'의 부진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이자 그룹의 근간이 되는 모바일 사업도 부진하다.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과 저가 정책의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기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일 중국인터넷소비연구센터가 발표한 '브랜드별 소비자 관심 지수'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2013년 22.0%에서 지난해 18.8%로 약 3% 가량 감소했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9.9%에서 14.1%의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10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시장조사기관)가 공개한 올 1분기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8.9% 하락한 29.5%를 기록했다. 애플은 같은 기간 5.4%에서 10.1%로 4.7% 상승해 2위 LG전자(10.9%)를 턱 밑까지 추격하는 상황이다. 각국 랭킹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며 허울뿐인 영광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1분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 하락하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기 때문.
세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삼성전자의 IT·모바일 사업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2013년 24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5,600억원까지 줄었다.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주력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IT·모바일 사업이 좀처럼 회복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엘리엇의 태클과 신라 면세점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룹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형국"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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