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 인사혁신처 검증 통과했는데
갑자기 적격자 없다 재공모 추진
장관 편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시켜"
문체부는 "개혁 추진력 미흡 판단"
문화체육관광부가 4개월 간 진행한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하자 최종 관장 후보 2명 중 하나였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인사혁신처가 적격이라고 한 인사를 문체부가 부적격이라며 되물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체부 측이 자진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했다.
최 전 관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월 초 인사혁신처로부터 역량평가를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두 달간 언질이 없다가 8일 문체부 담당 과장으로부터 갑자기 관장 적격자가 없어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적격자 없다’는 불명확한 이유만으로 재공모를 한다면 인사혁신처의 서류 면접 역량평가 등 그 긴 검증절차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또 “문체부 과장이 8일 관장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자진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종용했다. 미술계 여론이 문제라면 장관에게 직접 소명할 테니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지만 어렵다고 했고, 수시간 뒤 다시 ‘자진사퇴를 생각해 봤느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관장은 “문체부 장관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채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홍익대 출신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서울대 출신인 자신을 탈락시켰다는 의미다. 김 장관 부임 후 영화진흥위원장과 위원, 한국저작권위원장,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 등에 홍익대 출신이 선정되며 장관이 홍익대 인맥을 챙긴다는 의혹이 일었었다.
문체부 측은 이에 대해 “최효준 후보자의 문화예술계 의견, 국립현대미술관 근무 당시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적극적인 업무추진력, 창의성과 혁신적 마인드 등 변화와 진취성이 요구되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재공모를 추진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책임운영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진 사퇴 종용에 대해 해당 과장은 “최 관장의 명예를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야기를 꺼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장의 개혁 추진력이 미흡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그간 인사혁신처의 임용 절차 결과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임명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재공모 결정을 내리면서 갑작스레 부처의 권한을 내세워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최 전 관장이 결국 장관의 인사 코드에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한편에서는 최 전 관장 역시 경기도미술관장 재임 당시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부정적 여론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안팎에서는 관장 부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최 전 관장 역시 “관장 부재가 길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미술계와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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